외국인 100조 매도 공포…"엑소더스인가, 차익실현인가"

입력 2026-05-19 10: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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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100조 던진 이유…반도체·환율·리밸런싱 겹쳤다
외국인 매도에도 코스피 지분율 상승…반도체 급등에 보유 시총 확대
증권가는 "한국 탈출보다 반도체 차익실현·자산 재배분 성격" 분석

(사진=연합)
(사진=연합)

외국인이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서 100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금융위기급 매도세가 이어지자 시장에서는 '외국인 엑소더스'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외국인 매도를 한국 증시 탈출보다 반도체 중심 차익실현과 글로벌 자산 재배분 과정으로 보고 있다. 실제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는 동안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02조3412억원 순매도했다. 지난 15일 코스피가 장중 8000선을 돌파한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매도 강도도 커지는 흐름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약 50조9000억원, SK하이닉스를 약 36조원 순매도했다. 두 종목 합산 순매도 규모만 약 87조원에 달한다. 올해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의 대부분이 국내 대표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과거 금융위기 국면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고유가와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 등이 겹치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여전히 한국 증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글로벌 IB들은 코스피 목표치를 9000~1만선까지 제시하며 한국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외국인 매도를 반도체 급등 이후 나타난 차익실현 성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선을 돌파하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등 매크로 불안이 겹치며 단기적인 매도 압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 대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아시아 증시 내 자산 재배분 움직임이 나타났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지난해 11월 이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이어갔음에도 외국인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지분율은 31%에서 38%로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48.4%를 차지하지만 외국인 보유 잔고 기준 비중은 63.8%에 달한다. 반도체 주가가 급등하면서 일부 지분만 매도해도 절대 금액 기준으로는 대규모 순매도로 집계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순매도는 적극적인 포지션 축소라기보다는 차익실현 수요에 가깝다"며 "주요 반도체주의 시가총액 상승 폭이 워낙 컸던 만큼 적은 비중 조정만으로도 순매도 금액이 크게 나타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보유 코스피 포트폴리오의 평가수익률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반도체 대형주가 급등하면서 순매도에도 외국인 보유 자산 가치는 오히려 커졌다는 의미다. 실제 연초 이후 외국인 시가총액 증가 폭이 순매도 규모를 크게 웃돌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외국인 순매도가 지수 하락으로 이어지는 영향력도 과거 대비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외국인 매도가 가격 하락에 미치는 압력이 이전보다 약해진 반면 기관과 개인 순매수의 가격 상승 압력은 확대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연기금과 퇴직연금, ETF 중심 개인 자금 유입이 외국인 매도 충격을 일부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자금 흐름 측면에서도 이 같은 자산 재배분 움직임이 감지된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후 코스피가 일본 증시를 크게 아웃퍼폼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자금이 일본 증시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대만·일본 등 아시아 기술주 비중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 비중 축소가 나타났다는 의미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매도를 국내 증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외에도 IT하드웨어와 배터리, 일부 소비 업종에 대한 외국인 비중 확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통합계좌 도입 확대 역시 중장기적인 외국인 자금 유입 변수로 꼽힌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는 한국 시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보다는 자산배분 관점의 기계적인 리밸런싱으로 판단한다"며 "코스피 과열 시그널이 완화되고 매크로 환경이 안정될 경우 외국인 순매수가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