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식 글로벌메세나협회인대구 회장
지방소멸과 경제 위기 속 대구, 500년 대구읍성 복원과 연계한 '독창적 관광산업'이 해법
선거철만 되면 각 정당과 후보들은 대기업 유치와 공공기관 이전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투표함이 닫히고 나면 그 화려한 약속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기 일쑤다. 대구는 30년 가까이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으며, 지역경쟁력지수(RCI) 또한 8개 대도시 중 꼴찌 수준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외부의 시혜에만 매달리는 방식으로는 지방의 자립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는 대구가 이미 가진 독보적인 자산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 핵심은 관광산업이며, 국립공원 팔공산과 함께 대구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구읍성'의 복원이 그 해답이다.
대구읍성은 선조 23년(1590년)에 축성되어 500년 넘게 영남의 중심을 지켜온 심장이었다. 성벽 총연장 약 2.7km, 높이 3.8m, 폭 8m에 달했던 이 거대한 성곽은 영남제일문(남문)을 비롯한 4대문과 2소문, 4장대와 망루를 갖춘 장엄한 요새였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샤를 바라(Charles Varat)가 그 위용을 극찬했을 만큼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서 손색이 없었으나, 1906년 친일파 박중양의 주도로 불법 철거되는 비운을 겪었다. 지금 동성로 바닥에 깔린 화강암 장대석은 그 끊어진 맥박을 상징한다.
관광산업은 이제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국가의 생존 전략이 되었다. 이웃 나라 일본은 2030년 외국인 관광객 6천만 명 유치와 관광 수입 15조 엔(약 135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으며, 우리 정부 역시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천만 명 시대를 공약했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서 대구가 내·외국인 관광객 모두에게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선택은 명확하다.
일각에서는 전주 한옥마을이나 경주 황리단길의 성공 사례를 말한다. 물론 그들의 상권 활성화 방식은 참고할 만하다. 하지만 대구는 그들과는 전혀 다른, 대구만이 할 수 있는 '시간의 적층(Layer)'이라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대구에는 이미 전국적인 명소가 된 '근대문화골목'이 있다. 대구읍성 복원은 단순히 성벽을 쌓는 작업이 아니라, 조선 시대의 읍성과 구한말의 근대 건축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역사 융합형 관광 벨트'를 만드는 작업이어야 한다. 성곽 라인을 따라 걷다 보면 조선의 관아인 경상감영을 만나고, 그 길의 끝에서 다시 근대의 계산성당과 선교사 주택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다른 지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대구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대구의 근대 자산을 살리되, 성벽 라인을 따라 새롭게 들어서는 건물들이 읍성의 역사적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경관 협정'을 통해 유도하면 된다. 낮은 스카이라인 아래 근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상권이 형성된다면, 대구는 전 세계 관광객이 주목하는 '시간 여행의 도시'로 재탄생할 것이다.
팔공산의 자연과 대구읍성의 역사가 어우러진 콘텐츠는 대구 경제를 살릴 확실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 잃어버린 500년 역사를 복원하는 일은 대구의 자부심을 바로 세우는 일인 동시에, 경제 꼴찌라는 불명예를 씻어낼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제는 바닥에 그어진 차가운 화강암 선 위로 대구의 뜨거운 미래를 다시 세워 올려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