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혁관 EXCO 경영부사장
우리는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 애플의 사례에서 리더 한 명의 영향력을 실감한다. 스티브 잡스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상상력의 책임'을 다했다면, 팀 쿡은 복잡한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지속가능성의 책임'을 완수했다. 이들의 리더십 스타일은 달랐으나,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CEO의 언행이 기업과 시장에 미치는 무게감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얼마 전 우리는 국가 중요 정책 결정권자의 실언이 주식시장에 미친 파장과 이후 책임회피성 사과를 직접 목격하였으며, 선거 유세장에서도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산 검토나 타당성 조사도 없이 남발하는 '묻지 마식 개발 공약', 지역과 계층을 교묘하게 갈라치는 발언들이 대표적이다.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과 뒤늦은 수습을 보며 대중은 피로감을 느낀다. 권한을 향유하고 책임은 회피하려는 자는 기업의 CEO는 물론 공인(公人)이 될 자격도 없다. 시장과 사회의 평가는 생각보다 훨씬 냉혹하다는 점을 리더들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방선거 이후에는 많은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들도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게 된다. 선거 국면마다 되풀이되는 논공행상(論功行賞)의 유혹이 이번에도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공공기관은 지역 산업을 육성하고 시민의 혈세를 운용하는 '공익적 책무'를 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CEO 임명은 그 분야의 전문성과 혁신적인 사고를 갖추어야 함은 물론 앞에서 주는 교훈도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 밖에 갖추어야 할 자질로는 첫째, '덕(德)'에 기반한 청렴과 신뢰다. 이는 민·관 모두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덕목이지만, 특히 공공기관임을 감안하면 조직원들이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를 수 있는 투명성과 인격을 갖춰야 한다. 사리사욕을 멀리하고 공정한 잣대를 세우는 청렴함이 뒷받침될 때 조직 내에는 강력한 결속력이 생긴다.
둘째, 판단에 대한 '추진력(力)'과 공익적 통찰이다. 리더는 결정하는 사람이다. 대구의 미래 산업을 콘텐츠화하고 이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결하는 것은 리더의 과감한 결단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추진력의 끝은 항상 사익이 아닌 지역 발전이라는 공익을 향해야 한다.
셋째, '방패'가 되어주는 무한 '책임(責)' 경영이다. 지시는 하면서 후일 책임을 두려워하는 CEO의 모습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한다. 공공기관 특유의 보수성과 복지부동을 깨는 유일한 열쇠는 리더의 책임감이므로 "실패의 책임은 내가 진다, 마음껏 창의적으로 일하라"고 선언하는 CEO가 있을 때, 구성원들로부터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더해 중요한 덕목은 애향심이다. 훌륭한 인재를 전국에서 두루 발굴하되, 개인의 영달을 위해 잠시 자리를 구하는 사람은 아닌지 채용 과정에서 철저히 검증하여야 할 것이다. 대구의 골목을 알고 시민들의 땀방울을 이해하며 지역 발전을 위해 밤잠을 설칠 정도의 인물인지를 말이다. 왜냐하면 지역에 대한 깊은 애정이 전제될 때 비로소 책임지는 용기가 발현되기 때문이다.
결국 리더십의 완성은 책임이다. CEO는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의 무게를 견디는 자리이다. 한 사람의 판단과 언어가 시장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깊이 자각하고, 임기 동안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경영자, 그런 리더십의 등장을 대구 시민은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