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형일] 대구의 참매미는 다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26-07-28 15:20:10 수정 2026-07-28 16:31:52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형일 전 대구시 재난안전실장

김형일 전 대구시 재난안전실장
김형일 전 대구시 재난안전실장

대구 도심에서 참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작년 여름 문득 깨달았다. 올해도 참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작년에는 앞산 근처에서 겨우 몇 번 들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제 도심 한복판이 아닌 산자락과 가까운 서늘한 곳에 가야만 참매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대표적인 매미가 참매미다. 정겨운 "맴~ 맴~" 소리를 내는 참매미는 한반도 서식 14종 중 가장 친숙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구 도심과 아파트 단지에는 "빼액- 빼액-" 고성을 지르는 말매미 소리만 가득하다. 간혹 털매미나 애매미 소리가 섞여 들릴 뿐, 예전처럼 나무가 있는 곳이라면 온종일 울려 퍼지던 참매미 소리는 자취를 감추었다.

어릴 적 경북 상주 시골에서 여름이면 비닐봉지 매미채로 매미를 잡으러 다니던 기억이 선하다. 곤충채집 숙제 덕에 매미나 잠자리를 잡는 게 일상이었다. 당시 잡던 것은 주로 참매미와 쓰름매미였다. 미류나무 높은 곳의 말매미는 감히 엄두도 못 냈다. 손이 닿는 높이의 참매미나 쓰름매미를 잡아 다리에 실을 묶어두었다가 밤에 날려 보내기도 했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 아들, 딸과 아파트 단지나 학교에서 함께 매미를 잡고 놀았다. 덕분에 어릴 땐 못 잡던 말매미와 애매미도 잡아보았다. 하지만 옛날에는 흔하던 쓰름매미가 대구 도심에서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예천 곤충생태원에 가서야 오랜만에 쓰름매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많던 대구 도심의 참매미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원인은 '도심 내 참매미 개체군의 급감'에 있을 것이다. 실제 대구 도심에서는 말매미만 발견될 뿐, 참매미 성체나 허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기후변화와 도심 열섬현상이 가져온 생태계 변화 때문으로 보인다. 고온에 강한 말매미가 열대야와 높은 지열 속에서 부화율과 생존율을 폭발적으로 높이며 도심을 점령했고, 덜 높은 기온을 좋아하는 참매미는 고온 스트레스와 열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도심 서식 밀도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대구처럼 더운 도시에서는 참매미가 서늘한 산자락에나 겨우 남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이 보내온 목동 도심 동영상 속에는, 대구보다 기온상승이 덜한 덕분인지 참매미와 쓰름매미, 유지매미 소리까지 선명히 담겨 있다.

매미는 선조들이 귀하게 여겼던 곤충이다. 왕과 신하들이 쓰던 익선관(翼善館)과 사모(紗帽)의 뒷날개 모양은 매미 날개를 본뜬 것이다. 나무 수액만 먹어 청빈하고, 때를 맞춰 울며, 염치를 안다는 '매미의 오덕(五德)'을 정사의 귀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또한 매미는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애벌레가 지상으로 나오며 뚫는 구멍은 흙에 산소를 공급해 토양을 건강하게 만든다. 개체 수가 많아 애벌레와 성충은 새, 두더지, 개구리 등의 먹이가 되고, 사체는 흙으로 돌아가 유기물 거름이 된다. 땅속 유충 시절에는 뿌리를 적절히 자극해 식물의 자생력을 돕는다.

과거 흔했던 쓰름매미 소리를 대구에서 들을 수 없게 되었듯, 이러다간 대구 도심에서 참매미 소리마저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기후변화는 우리 집 앞 나무 위의 생태계 지도를 조용히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도심 녹화와 에너지 절약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우리 모두의 실천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음 여름에는 정겨운 참매미 소리가 대구 도심에 다시 울려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