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혁신기업, 현실은 해외 사모대출…한투증권 IMA 도마 위

입력 2026-05-14 10:44:49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한투 IMA 1호·2호 상품, 해외 사모대출 각각 28.7%·24.5% 투자
해외 사모대출, 가교자산 치고는 비중 크고 구조적으로 부적합
PB 영업 압박까지…업계 "점유율 선점 경쟁이 부른 부작용"
금융당국도 연일 우려 표명…"제도 취지 맞게 운영되는지 점검"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사옥 전경.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사옥 전경. 한국투자증권

혁신·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해 '생산적 금융'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종합투자계좌(IMA) 제도가 출범 초기부터 운용 방식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 1호 IMA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이 조달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해외 사모대출에 투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제도 취지와 동떨어진 운용 방식과 더불어 원금 보장 상품에 비유동 고위험 자산을 편입했다는 구조적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의 면밀한 점검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새롭게 열리는 IMA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결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기준 IMA 1호·2호 상품 중 1호 상품은 전체 자산의 28.7%를, 2호 상품은 24.5%를 각각 해외 사모대출에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 예탁자금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70% 이상 운용하고 그 성과를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1호 고객으로 가입할 만큼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위한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의 핵심 수단으로 내세운 제도다.

IMA가 혁신기업과 벤처·중소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를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투자증권은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해외 크레딧 자산에 배분한 셈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운용 기조를 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지난해 12월 첫 상품을 출시한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사모대출의 위험성을 고려해 해당 자산에 투자하지 않았고, NH투자증권도 시장 상황을 살피며 해외 사모대출 배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두고도 한국투자증권만 해외 사모대출이라는 다른 경로를 선택한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에 대해 "국내 투자처를 확보하기 전까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가교자산 차원에서 해외 사모대출을 편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혁신기업 투자 기회를 확보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자산을 담았다는 취지다. 실제 회사는 지난 3월 일부 자산에 대해 환매를 신청, 이달 중 회수한 자금을 국내 자산에 재배치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MA가 주로 투자하는 국내 대체자산은 딜 발굴부터 실제 집행까지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투자 공백 기간에 발생하는 유휴 자금을 국내 자산과 수익 구조가 유사하고 유동성이 확보된 해외 사모대출 자산 일부에 투자했다"라며 "이를 통해 전체 수익률이 저해되는 걸 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자산들은 모두 월별 또는 분기별로 환매가 가능하고 투자 시점이 예측 가능하며, 국내 자산 인출 시점에 맞춘 정밀한 리밸런싱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자산들"이라며 "글로벌 국부펀드들이 유동성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투자하고 있는 우량 자산군들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가교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비중이 지나치게 크고, 통상 만기까지 보유해야 하는 해외 사모대출의 특성상 이는 가교자산으로서 구조적으로 부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한 IB 관계자는 "가교자산이라면 필요시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해외 사모대출은 일반적으로 만기까지 보유하는 폐쇄형 구조가 많다"라며 "가교자산은 통상 소규모·단기 유동성 자산을 의미하지만, 전체의 4분의 1을 웃도는 규모를 임시 자산으로 보기도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외 사모대출은 유동성이 제한적인 대표적 대체투자 자산으로 꼽힌다. 대부분 기관 간 사모 형태로 거래되는 데다 중도 환매가 쉽지 않고, 시장 상황 악화 시 가격 평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투자 구조 역시 복잡해 일반 투자자가 실제 리스크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특히 시장 충격으로 환매나 자금 회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증권사가 직접 손실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IMA 상품은 원금 지급 의무가 있는 종합투자계좌인 만큼, 기초 자산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IB 관계자는 "사모대출 자체가 문제 있는 자산은 아니지만, 비유동성이 큰 만큼 시장 환경이 악화될 경우 리스크가 뒤늦게 드러날 수 있다"라며 "증권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지는 상품 구조에서 이런 자산을 편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 같은 구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IMA 인가 증권사에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하면서 해외 상품 투자 비중을 줄이고 국내 자산 편입을 확대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회사가 자체적으로 위기상황분석을 실시하고 비상자금조달계획을 수립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초기 IMA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운용과 영업 확대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할 딜을 먼저 검토하고, 검토가 완료된 상태에서 모집 금액을 정하고 판매 일정을 잡는 것이 통상적인 순서"라며 "한국투자증권처럼 일부 자금을 우선으로 모집한 뒤, 투자할 딜을 찾는 방식은 블라인드 펀드와 같은 리스크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무리한 판매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PB(프라이빗뱅커)들에게 1명당 매월 30억 원 이상의 자산 순증 목표를 세우는 '집중 판매 할당량'을 지정해 IMA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간 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사보다 강도 높은 영업 드라이브를 걸면서 과도한 부담을 호소하는 PB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연일 IMA 판매·운용 과정에서 고객 자금 회수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투자자산을 고를 때부터 유동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은 특히 해외 사모대출펀드와 관련해 "해외 운용사와 적극 소통하며 환매 동향과 손실 규모를 조기에 파악하고, 투자자에게 신속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라며 "주요 산업군별 건전성과 유동성 리스크를 미리 분석해 위험 발생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