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빼면 4천피?"…국내 증시 반도체 쏠림 현상 우려 '경고등'

입력 2026-05-11 09: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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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7000 시대 개막…닷컴버블 이후 가장 강력한 상승세
반도체 제외 코스피 4100선 추정…상당수 업종 여전히 부진
올해 고점 경신 섹터 전체 1/3 불과…반도체 의존도 너무 높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옥. 각 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사옥. 각 사

국내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코스피 7000 시대'를 열었지만, 시장에서는 상승 흐름이 증시 전반으로 확산되기보다 반도체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인공지능(AI) 관련주가 지수 상승을 사실상 견인하는 가운데, 반도체를 제외한 대다수 업종은 상승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증시가 특정 업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만큼, 향후 반도체 투자심리가 꺾일 경우 시장 전체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7000선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미국발 기술주 강세, 외국인 자금 유입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 전반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한 영향이다. 특히 상승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감,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까지 더해지며 반도체 관련주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가 닷컴버블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코스피는 지난 1년간 저점 대비 188% 올랐는데, 이는 1999년 7월(253%) 이후 최대 폭이다.

다만 최근 증시 급등세를 두고 특정 업종 쏠림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 전반이 강세를 보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일부 기술주와 AI 관련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으며, 상당수 종목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국내 반도체 업종 실적 전망치는 가파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70.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 기대감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기대가 증시 전체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승세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코스피 시가총액 내 반도체 비중이 60% 후반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 지수는 4100선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제 체감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진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업종별 온도 차도 뚜렷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고가를 경신한 업종은 전체 시장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비주와 바이오, 인터넷, 게임 등 기존 성장 업종 상당수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 시장 역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분위기다. 올해 코스피 거래대금 증가율은 전년 대비 64.6%에 달했지만, 코스닥 거래대금 증가율은 19.9% 수준에 그쳤다. 유동성이 사실상 코스피 대형 반도체주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현재 증시가 과거 특정 업종 중심의 상승장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인터넷 버블 국면에서는 IT 업종이, 2차전지 강세장에서는 배터리 관련주가 시장을 주도했던 것처럼 최근에는 반도체·AI 관련주가 증시 방향성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특정 업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시장 리스크 역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핵심 종목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발생할 경우 지수 전체가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이외 업종들은 대부분 코스피 상승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라며 "전쟁이 마무리되더라도 소비주들과 코스닥 소외 현상은 상반기 중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AI 데이터센터와 관련이 낮은 산업에 대한 접근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은 유효하지만, 단기 상승 속도에 대한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 연구원은 "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위험 요인은 반도체 수출 둔화 가능성"이라며 "수출과 이익은 늘어나나, 증가율의 기저효과는 2~3분기 이후 서서히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