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상천] 안동에서 꽃피는 한일 외교 새 지평

입력 2026-05-11 17:31:18 수정 2026-05-11 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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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천 안동시시설관리공단 문화체육시설본부장

정상천 안동시시설관리공단 본부장
정상천 안동시시설관리공단 본부장

차기 한일 정상회담이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에서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1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奈良縣) 회담에 대한 답방으로, 양국 정상이 서로의 고향을 교차 방문하는 것은 우리 정부 수립 이래 최초의 일이다. 이러한 만남은 한일 셔틀 외교가 이제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안동은 세계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등 세 가지 분야의 유네스코 지정 문화재가 있는 역사적, 문화적 유산이 풍부한 경북의 중심 도시이다. 그동안 중앙 외교무대에서 소외받던 안동에서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것은 외교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 사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국익 중심 실용 외교'와 '투 트랙(two-track)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과거사 문제에 발목 잡히지 않고 경제 안보와 미래 현안을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작년 수교 60주년을 맞아 17년 만에 공동 발표문을 도출한 데 이어, 이번 안동 회담은 그 연장선에서 양국 관계를 더욱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이 서울이 아닌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에서 열리게 되면 단순한 장소의 변화를 넘어선다.

첫째, 인간적 신뢰와 정서적 유대 강화이다. 수도권을 벗어나 양국 정상의 정서적 뿌리가 깊은 곳에서 만남으로써 두 정상 간의 인간적인 신뢰를 높이고 어려운 난제를 풀어나갈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안동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등 주요 외빈이 찾았던 곳이지만, 현직 정상급 인사가 공식 회담을 위해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엘리자베스 여왕 방문 이후 27년 만에 해외 정상이 안동을 찾게 되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둘째, 지방 시대와 균형 발전의 공감대 형성이다. 일본의 역사 도시 나라와 한국의 안동은 양국이 직면한 지방 소멸, 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양국 정상이 지방에서 머리를 맞대는 것은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공통 과제를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셋째, 문화적 교류를 통한 미래 비전 제시이다. 도산서원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양국 정상이 함께 방문한다면 이는 외교적으로 매우 정교하고 깊은 상징성을 내포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도산서원은 일본 에도 유교에 영향을 준 퇴계 이황 선생의 본향이다. 갈등의 역사보다 긍정적인 '문화 교류의 역사'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협력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또한 안동소주, 찜닭 등 K-푸드를 통해 지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홍보 효과도 기대된다.

이제 한일 관계는 과거사 갈등의 프레임을 넘어 문화적 공감과 미래 과제를 공유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해야 한다. 이번 회담을 통해 다가올 양국 관계의 새로운 60년을 설계하는 건설적인 방안들이 논의된다면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은 한일 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을 제시한 외교사에 길이 남을 장소가 될 것이다.

또한, 지방 중소도시에서도 '지방 외교'가 꽃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번 안동 회담이 외교사에 길이 남을 변곡점이 되길 기대한다. 이를 통해 한일 간 인적 교류 1천200만 명 시대를 맞이하여 더욱 많은 일본 관광객들이 쇄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