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뉴스에선 하정우 얘기가 종종 메인요리로, 별일 없어도 밑반찬으로라도 꾸준히 나올듯하다. 올해 영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드라마 출연의 경우 지난 3~4월 방송된 tvN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시청률이 저조해 체면을 구긴 배우 하정우 얘기가 아니다.
정치인 하정우 얘기다.
이미 네이버와 구글 같은 포털사이트 검색에선 배우 하정우 위에 정치인 하정우가 뜬다. 대한민국 AI(인공지능) 판을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AI 미래기획수석비서관으로 일하다, 지방선거보다 더 많은 조명이 켜진 부산 북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전략공천됐으니, 단시간 관가와 정가에서 잇따라 주목 받으며 체급을 키운 셈이다. 40대의 젊은 나이에 말이다. '여의도 2시 청년' 등 정치권을 어슬렁거리는 또래 정계입문 지망생들이 퍽 부러워할 커리어다.
◆악수 후속 논란 이어질까?
그랬던 이미지가 한순간 깨지는 일이 지난 4월 29일 발생했다. 처음 찾은 부산 구포시장 상인들과 악수 후 손을 털거나 양손을 비비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야권은 물론 진보 진영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 것.
경쟁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견제구를 던지자 하 후보는 언론에 "하루에 수백명, 1천명 가까이 되는 분들과 악수를 처음 해봤다. 마지막으로 가다보니 손이 저렸다.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쳤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부산 사투리로 '시근'(사리 분별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렇게 했겠나. 그 전엔 물 묻은 장갑을 낀 상인들과 악수를 많이 했다"고 항변, "이런 게 현실 정치의 네거티브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자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사과 뉘앙스의 표현도 없었던 걸 두고 2차 비판이 쏟아졌고,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도 5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에서는 해야 할 일을 안하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것이 더 위험한데, 후자에 속하는 정치신인의 실책"이라고 분석했다.
하 후보가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못한 만큼, 지속해 일종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4월 30일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한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선거 기간 내내 지적받을 듯하다. 하 전 수석이 그동안 가진 커리어나 이미지 등을 감안하면 범생이 이미지가 있다. (상대)후보들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기면 해프닝, 떨어지면 '밈' 직행?
실은 비슷한 일이 있었다. 18대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악수 거부 사진이 찍혀 곤혹을 겪었다. 2012년 11월 5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찾은 당시 한 여성이 적극적으로 악수를 요청하자 박 후보가 웃으며 양손을 허리 뒤로 뺀 모습이었다.
이게 논란이 되자 박 후보는 대선토론에서 "제가 손이 좀 부실하고, 반갑다고 (제 손을) 꼭 쥐는 분들이 많아서 붓기도 한다. 전에 어떤 어르신이 잡은 게 많이 아파서 제가 (양손을 뒤로 하며) 주무르고 있었는데 또 다른 어르신이 오셨다. 그래서 제가 '손이 아파서요'라고 했는데 그 사진을 찍어 악랄하게 유포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박 후보와 라이벌 문재인 후보 둘 다 손이 퉁퉁 부을 정도로 악수를 하고 훈장 격 반창고를 상처 난 손에 붙인 사진이 유명했다.
결과적으로 박 후보는 악수 논란을 극복하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니 박 후보의 그때 그 해명에 힘이 실린다. 하 후보의 향후 선거 결과도 결국 강한 인상을 남긴 첫 단추(손 털기 논란)가 평가의 첫번째 재료로 쓰이게 됐다.
선거에서 이기면 한때의 해프닝으로 묻힐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저 해프닝처럼.
그러나 떨어진다면? 그는 당분간 가칭 '손털男(남)'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있고, 만약 충격을 먹어 정계를 떠난다면 인터넷을 떠도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될 각오도 해야 한다.
2014년 6회 지선 서울교육감 선거에 나선 고승덕 후보는 딸의 "교육감 자질이 없다"는 SNS 비판에 유세에서 "못난 아버지를 둔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외쳤는데, 이 장면이 낙선 후 인기 밈으로 등극, 각종 패러디 소재가 됐다. 당선됐다면 감동의 한 컷이 됐을테지만.
하 후보는 출마에 앞서 한 전 대표처럼 부산 북구에 뼈를 묻겠다는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박 전 장관처럼 지역을 개의치 않는 출마 이력(18·19·20·21대 총선 부산 북·강서갑 출마, 2022년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 시도, 22대 총선 서울 강서을 출마)을 보여준 적도 없다. 즉, 핵심 메시지도 뚜렷한 캐릭터도 없다.
그래서 캠프를 채 꾸리기도 전에 악수 논란이 본인을 자동 연상시키는 알고리즘(AI의 핵심 요소)이 된 건 아닐까.
이 알고리즘에서 벗어나려는듯, 하 후보는 5월 1일 페이스북에 시민들 손을 두손으로 꼭 붙잡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7장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