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發 유가쇼크에 묶인 9천여 지방선거 후보… 1월 한도, 4월 폭등 못 따라간다

입력 2026-04-29 09: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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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멈춘 선거비용 한도 vs 4월 110달러 유가… 외부충격에 무방비인 선거공영제
선거구 변경 땐 재산정 절차 있지만, 외부충격 보정 절차는 입법 공백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36일 앞둔 28일 대구 달서구 한 버스 차고지에서 대구시 선관위 관계자와 버스업체 관계자가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 래핑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36일 앞둔 28일 대구 달서구 한 버스 차고지에서 대구시 선관위 관계자와 버스업체 관계자가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 래핑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전쟁이 촉발한 4월의 유가 폭등이 6·3 지방선거 9천여 후보의 발걸음을 묶었다. 28일(현지시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64달러를 기록하며 3주 만에 다시 110달러 선을 넘어섰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한 달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마저 결렬된 영향이다. 그러나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35일 앞둔 후보자들이 손에 쥔 선거비용제한액과 통상거래단가는 1월 24일에 못 박혔다. 4월의 외부충격은 산식에 반영될 통로 자체가 없다.

산정 기준부터가 과거를 향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월 23일 선거비용제한액을 공고하면서 2022년 6월부터 2025년 11월까지의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 8.3%를 산정비율로 적용했다.

인구수·읍면동수에 이 비율을 곱하고 선거사무관계자 수당과 산재보험료를 더한 값이 후보자가 쓸 수 있는 비용의 천장이다. 시·도지사·교육감 선거의 평균 한도는 15억8,700만원, 기초단체장은 1억8,400만원으로 산출됐다. 8회 지선 대비 평균 3,400만원 늘어난 수치이긴 하지만 산정 시점은 어디까지나 지난해 11월에 멈춰 있다.

그 이후의 변동성이 문제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 연합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전쟁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한꺼번에 흔들었다. 3월 8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22% 넘게 치솟으며 배럴당 111.24달러를 찍었고, 3월 18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상대국 가스전을 상호 타격하면서 브렌트유는 다시 110달러를 돌파했다.

4월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시 휴전 선언 직후 86달러까지 떨어졌던 유가는 협상 결렬과 함께 재차 110달러대에 안착했다. 호르무즈 해협에는 오갈 곳을 잃은 유조선·컨테이너선이 3,200여 척 갇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씨티은행은 단기 120달러, 봉쇄 장기화 시 2~3분기 평균 130달러까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가는 곧장 캠프 운영비로 옮겨붙는다. 후보자가 가장 많이 쓰는 항목인 유세차량은 1톤 리프트형부터 5톤 트럭형까지 차종이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경유를 연료로 쓴다. 14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광역단위 후보의 유세차는 하루 200㎞ 이상을 달리는 경우가 많고, 농촌형 군수 선거는 면적이 넓을수록 주행거리가 그만큼 늘어난다.

차량 임차료에 음향·전광판 운영비, 운전기사 인건비를 합쳐 패키지로 견적이 나오는데, 이 가운데 연료비 비중이 높을수록 유가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외부충격은 균등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같은 광역단체장이라도 면적이 좁은 도심형 광역시와 면적이 넓은 농촌형 도(道)의 선거 환경은 전혀 다르다.

경기도지사 선거의 비용 한도는 49억4,500만원으로 전국 최고지만, 세종시장은 3억8,900만원에 그친다. 시·도지사 평균 한도는 15억8,700만원이다. 면적당 한도로 환산하면 도(道) 단위 후보일수록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유권자를 만나야 하는 구조다. 농촌권 군수 후보일수록 유가 1달러 상승의 체감 압박이 커지는 이유다.

같은 수도권 안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경기 수원시장 한도는 4억6,400만원으로 전국 최고치인 반면, 인천 옹진군수 한도는 1억2,200만원에 그친다. 같은 권역 안에서도 한도가 4배 가까이 벌어져 있다는 뜻이다.

인천에서는 부평구청장이 2억6,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10개 구·군 평균은 1억9,500만원 수준이다. 4월 9일에는 동대문구·송파구의 인구 변동에 따라 서울시장 한도가 37억2,100만원에서 37억2,600만원으로, 동대문·송파구청장 한도도 약 200만원씩 재산정됐다.

인구 변동은 공직선거관리규칙이 정한 절차에 따라 산식에 반영되지만, 한 달 새 배럴당 30달러 가까이 출렁인 유가는 애초에 산식에 들어갈 항목이 아니다. 한도가 낮은 기초단체장 후보일수록 외부충격에 따른 비용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적을 수밖에 없다.

선거공영제의 헌법적 취지는 후보자 간 기회균등이다. 헌법 제116조 제2항은 선거 경비를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도록 못 박았다.

공직선거법 제122조의2는 유효투표총수의 15% 이상을 얻은 후보에게 선거비용 전액을, 10~15% 후보에게 절반을 보전한다. 다만 같은 조문 제2항 8호는 "통상적인 거래가격 또는 임차가격과 비교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현저하게 비싸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초과하는 가액의 비용"은 보전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후보자가 4월 시세에 맞춰 유세차량을 빌려도, 1월에 산정된 통상거래단가를 넘는 부분은 사후 보전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선거기간 중 외부충격을 보정할 메커니즘이 사실상 없다. 산정 기준이 되는 CPI는 11월에 멈췄고, 통상거래단가도 1월에 고정됐다.

전쟁이나 원자재 폭등 같은 한정된 변수가 선거기간을 직접 강타하는 경우, 후보자는 같은 보전금으로 더 짧은 거리만 돌거나 자기 부담을 늘려야 한다. 후자를 택할 수 있는 후보는 사실상 정해져 있다. 자기 자금이 부족한 정치 신인, 소수정당 후보, 농촌권 군수 후보일수록 1월 한도에 갇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거비용제한액은 이미 한 차례 탄력적으로 운용된 전례가 있다.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과 시·도 행정구역 통합으로 선거구역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관할 선관위가 선거비용제한액을 다시 공고하도록 돼 있다.

선거구 변경에 따른 재산정 절차는 법령에 마련돼 있지만, 외부충격으로 비용 자체가 폭등할 때 작동할 절차는 법령상 비어 있다. 입법 차원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서는 한시적 유가 보정의 제도화 또는 통상거래단가 재산정 절차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정계관계자는 "선거공영제는 단순한 비용 정산 제도가 아니라 헌법이 정한 기회균등의 안전장치"라며 "전쟁이나 원자재 폭등처럼 후보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충격이 선거기간을 직접 강타할 때 한도와 단가를 재산정할 절차가 법령에 없다는 건 입법 단계에서 채워야 할 공백"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