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4년 전에 나왔는데…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뒷북' 출시 논란

입력 2026-04-28 11: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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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2일 삼성전자·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미국선 2022년 7월 출시…韓 투자자 환전·세금 불리함 감수
국내 출시 타이밍 매우 늦었단 평가…"고점에서 문 열어줘"
'투자자 보호' 명분이었으나 실질적 효과는 없었다는 평가

삼성전자, 하이닉스. 연합뉴스
삼성전자, 하이닉스. 연합뉴스

다음 달 국내 증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될 예정인 가운데, 운용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상품의 출시 타이밍이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이미 2022년 관련 상품이 출시된 반면, 한국은 약 4년 뒤처진 데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상당 폭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수익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내달 22일부터 국내 우량 주식 기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을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출시 종목은 시가총액 대장주이자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내놓으면서 코스피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두 종목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이 ETF는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처음 허용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구조의 상품이다. 현재 삼성·미래·KB·한투·신한·한화·키움 등 8개 운용사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해외에서는 단일종목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다양한 ETF가 상장돼 있어 국내 투자자들이 손쉽게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분산투자 요건 등 규제 때문에 출시가 어려워 자본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국내외 상장 ETF 간 규제 비대칭을 해소하려는 조치로, 국내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만 운용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출시 시점이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22년 7월이다. 당시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들이 잇달아 출시됐고, 이후 시장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상품 수는 급격히 늘었다. 실제 올해 1월 기준 미국 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약 350개에 달하며, 그중 275개가 2025년 이후 상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분산투자 요건(10개 종목 이상·종목당 비중 30% 한도) 등의 이유로 단일종목 ETF 출시 자체를 원천 차단해 왔다. 미국에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한 지 4년이 지나서야 국내에서도 관련 상품이 허용된 셈이다.

출시 시점이 더욱 뼈아픈 이유는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의 주가 흐름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1년간 주가가 600% 이상 급등하며 역대급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도 315%가량 주가가 상승해 22만 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이 기간 2배 레버리지 상품이 존재했다면 투자자들은 이론상 두 배에 달하는 수익을 국내 시장에서 실현할 수 있었던 셈이다.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늦게 허용했더니, 정작 가장 위험할 수 있는 타이밍에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그간 투자자들은 테슬라 ,엔비디아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기 위해 환전 수수료에 세금 불리함까지 감수해야 했다"라며 "주가가 신고점을 돌파하는 지금에서야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하는 건 투자자와 운용사 입장에서 모두 기회를 놓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고 수준의 주가를 기록하는 시점에 출시하게 됐다"라며 "규제 당국이 4년을 끌다가 하필 고점에서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늦었다'는 데 있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규제의 논리 자체가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금융당국이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막던 그 기간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 증권사 앱을 통해 미국에 상장된 TSLL(테슬라 2배), NVDL(엔비디아 2배), SOXL(반도체 3배) 등의 상품을 아무런 제한 없이 매수할 수 있었다. 실제로 SOXL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결제금액 순위에서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해 온 대표 상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국내 상품은 막으면서, 동일한 위험 구조를 가진 미국 상품은 손쉽게 살 수 있도록 놔뒀던 것"이라며 "미국 상품은 환율 리스크까지 추가로 얹히는 더 복잡한 구조임에도 이를 사실상 허용한 것은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규제가 막은 것은 위험한 투자 행위가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이 자국 우량 기업에 레버리지로 투자할 기회였다"라며 "환전 수수료와 세금 불리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외 상품을 사야 했던 투자자들의 불편함,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상승장에서 2배 레버리지를 국내에서 활용하지 못한 기회비용이 발생한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