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와 삼성물산이 그려내는 '그린 미래'
최근 경북 김천시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손을 잡고 국내 최초의 '오프그리드(Off-grid)'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준공하며 수소 강국을 향한 이정표를 세워 눈길을 모으고 있다.
◆국내 최초 '오프그리드'
에너지 안보가 국가적 생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경북 김천시에서 준공된 그린수소 생산시설은 국내 에너지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난달 25일 삼성물산은 김천시에서 국내 최초의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준공했다.
이 시설의 핵심 키워드는 '오프그리드'(Off-grid)다.
오프그리드란 외부 전력망이나 가스관 등 기존 에너지망에 연결되지 않고,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자체 시설을 통해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독립형 시스템을 말한다.
이곳에서는 외부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태양광 발전(8.3㎿)을 통해 생산된 100% 재생에너지만으로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 하루 0.6톤(t), 연간 230t 이상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
중동의 전쟁 여파로 천연가스와 석유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오직 햇빛과 물 만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이 모델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 생산 모델을 국내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천시는 생산된 그린수소를 지역 인프라에 실질적으로 이식하기 위한 구체적인 복안을 고민하고 있다. 생산된 수소를 출하센터로 모아 수소버스 차고지 충전소로 공급, 지역 대중교통의 탄소중립을 이끄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나아가 김천시는 일본에서 이미 50만대 이상 보급되며 성능이 검증된 가정용 수소 시스템 '에네팜(ENE-FARM)' 모델에도 주목하고 있다. 수소를 통해 가정에서 전기와 난방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수소 연료전지 및 수소 연료 보일러 등의 도입 가능성을 검토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소 친화적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김천시는 그린수소를 수소차 충전소 등 다양한 지역 인프라에 공급해 실질적인 탄소 감축에 기여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김천시는 친환경 에너지 도시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될 전망이다.
◆삼성물산, 건설을 넘어 '신에너지 솔루션'으로
삼성물산이 이번 김천 프로젝트에 공을 들인 이유는 명확하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자재값 상승 등으로 인한 전통적 건설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수소 발전 및 관련 부대사업'을 사업 목적에 명시하며 수소 에너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물산은 김천 시설의 설계, 구매, 시공(EPC) 전 과정을 총괄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운영 및 유지관리(O&M)에도 참여한다. 단순 시공을 넘어 사업 전 주기를 관리하는 '에너지 디벨로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오세철 대표는 "신사업 성과 창출을 통해 수익성을 견고히 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하며, 올해 신사업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린 1조7천억원으로 책정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는 수소 밸류체인
삼성물산의 시선은 이미 세계로 향하고 있다. 강원도 삼척의 수소화합물 인프라 수주에 이어 호주, 오만 등에서 대규모 그린수소 사업을 추진 중이다. 김천에서 확보한 오프그리드 운영 노하우는 향후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큰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수소·암모니아 등 신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삼성물산은 그린수소 밸류체인 전반에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는 위협인 동시에 기회다. 김천시와 삼성물산이 보여준 협력은 지자체의 정책적 의지와 기업의 혁신 기술이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화석 연료 시대가 저물고 수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 김천의 태양광 아래서 생산되는 깨끗한 수소는 대한민국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 실현을 향한 가장 확실한 연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