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거래, 오는 9월 도입 예정…23주간 모의시장 운영
글로벌 경쟁력 강화 명분…내년 말까지 24시간 거래 목표
대형사 "기존 인력·시스템으로 대응"…중소형사는 "부담 가중"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자본 유치 경쟁이 맞물리는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앞세워 거래 시간 연장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리·애프터마켓 신설을 포함한 12시간 거래 체계 구축이 가시화되면서 증권사들도 인프라 확충과 인력 재배치에 나서는 등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인력과 시스템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는 인력 운용과 비용 부담이 커 준비 과정에서의 애로가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올해 증권시장 설립 70주년을 맞아 자본시장 대도약을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선정하고 관련 정책을 다방면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는 결제 주기 단축, AI(인공지능) 전환, 지주회사 전환, 코스닥 승강제 도입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거래 시간 연장안'이 연일 업계의 핵심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부터 주식 거래 시간을 12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거래소는 올해 1월 프리·애프터마켓 신설을 골자로 한 추진안을 발표한 바 있다. 내년 12월 말까지는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을 목표로 했다.
현재는 오전 7시~7시 50분의 프리마켓, 오후 4시~8시의 애프터마켓 개설 관련 테스트 지원을 위한 모의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모의시장은 오는 9월 11일까지 총 23주간 가동되며 증권시장에서 영업하는 50개 회원사(국내 36사·외국계 14사)가 테스트인터페이스에 접속해 시스템 점검을 시작했다. 정식 개설일은 9월 14일로 정했다.
당초 거래소는 거래 시간 연장의 모의시장 운영은 3월 16일부터 약 15주, 시행 시점은 6월 29일로 잡았었다. 하지만, 노동업계의 반발과 회원사들의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용해 일정을 약 2.5개월가량 미뤘다.
이 과정에서 증권노조·회원사와의 협의·논의를 통해 초기 거래 시간 연장안 대비 여러 항목에 변화가 있었다. 먼저 거래소의 프리마켓·정규시장·애프터마켓이 단절된 '쓰리보드(Three-board)' 구조로 인해 투자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시스템 운영을 2단계로 나눴다. 개설 초기 1단계 때는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의 배타적 시장 운영이 담보되는 별도 보드로 운영하다 이후 전체 시장을 단일보드로 운영키로 했다. 단일보드 운영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거래소 측은 내년 말께 도입한단 입장이다.
또한 프리마켓이 오전 7시~8시에 열릴 경우 NXT의 개장 시간(8시)과 맞물려 미체결 주문취소 등의 작업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프리마켓 운영 시간을 7시~7시 50분으로 10분 축소했다.
아울러 연장안 발표 초기부터 반발해 온 노조와는 총 3차례 협의를 진행했으며 거래소는 노무 부담 완화를 위해 지점 주문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회원사의 자율적 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아닌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거래소 측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필두로 한 영국, 홍콩,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글로벌 거래소들은 연내 24시간 거래 체계 구축을 통해 아시아 지역 유동성을 흡수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어서다. 세계 최대 디지털자산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달 16일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을 24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상장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12시간 거래 체계를 중간단계로 선제 구축해 시장에 정착시키고 이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거래 시간 연장이 필요하다"며 "'유동성이 유동성을 부른다'는 증권업계의 불문율처럼 한번 외부로 유출된 유동성은 다시 유치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맞춰 거래 시간 연장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래 시간을 연장할 경우 국내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향상함으로써 시장 유동성을 증대시키고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다"며 "시장 유동성이 시간대별로 분산됨으로써 가격 왜곡이 나타날 수 있고 전체적으로는 가격 발견 기능이 약화할 수 있지만, 해외 투자자의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거래 시간을 지금보다 더 길게 연장할 필요가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도를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가도 거래시간 연장 도입을 앞두고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 인력 보강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다만,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시스템 투자 여력과 대응 속도 측면에서 격차가 벌어지며 준비 과정에서의 부담이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대형사들은 대부분 거래 시간 연장 도입 준비에 대해 전반적으로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력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만큼 신규 채용이나 기존 인력 재배치, 당직제 운영 등을 통해 추가 업무를 분산할 수 있어 운영 부담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산 인프라 측면에서도 큰 장애 요인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미 거래 개시 시간 조정 등 유사한 시스템 변경을 경험해온 만큼 완전히 새로운 구축이 아닌 기존 시스템 확장의 성격이 강해 충분한 준비 기간이 확보될 경우 무리 없이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중소형사들은 대형사 대비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제한적인 데다 추가 개발과 테스트, 장애 대응 체계 마련에 필요한 비용 투자도 부담"이라고 밝혔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거래 시간 확대는 어쩔 수 없는 대세"라면서도 "준비 과정서 대형사는 무난하게 준비가 잘 되겠지만, 중소형사들은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의견을 수렴해 거래소에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실제 제도 요건과 동일한 시장 환경을 조성해 회원사들이 시스템 정합성을 점검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당초 계획보다 충분한 준비 시간이 확보된 만큼 안정적 시장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