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최고에 '빚투' 35조 육박…급락 시 '개미지옥' 열린다

입력 2026-04-24 11: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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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500선 육박 속 빚투 34.8조 역대 최대…시장 과열 경고
서학개미 복귀에 유동성 확대…하락 시 반대매매·연쇄 급락 우려
증권사, CFD 제한·증거금 상향 등 선제 대응…투자자 보호 나서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는 0.31% 오른 6496.1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는 0.31% 오른 6496.1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 잔고가 35조 원에 육박하면서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상승장에서는 레버리지를 통한 수익 확대 기대가 반영되지만,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반대매매가 촉발되며 낙폭을 더욱더 키우는 증폭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90%(57.88포인트) 상승한 6475.81에 거래를 마감,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장중 상승 폭을 키우며 6530선대까지 오르기도 한 코스피지수는 이날도 오전 9시 55분 기준 전날보다 0.11%(7.36포인트) 오른 6483.17에 거래 중이다.

문제는 레버리지 투자 확대 속도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34조8107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융자 잔고는 중동 지정학 리스크 확대로 이달 초 32조 원 수준까지 줄었지만 이후 코스피가 다시 상승 랠리를 이어가자, 불과 보름 만에 2조 원 넘게 증가했다.

신용거래는 증시 상승기에 통상 동반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 증가 속도는 과거 대비 가파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상승장에는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주식 양도소득세 부담 완화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일부 국내 시장으로 돌아오면서 수급이 더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정부가 고환율 대응책으로 내놓은 증권사 국내시장복귀계좌(RIA)는 출시 한 달 만에 계좌 수 16만 개, 잔고 1조 원을 돌파했다. 이른바 서학개미의 국내 복귀가 단기 유동성을 키우며 지수 상승을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다만 하락 국면에서는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는 담보 비율 유지를 위해 반대매매를 실행하는데, 이는 추가 하락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특히 신용잔고가 높은 구간에서는 이러한 매도 압력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반대매매→시장 폭락'의 악순환이 반복, 연쇄 급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레버리지 투자로 인한 손실이 청년층과 자금 규모가 작은 개인투자자에게 편중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초 조정 국면에서 국내 대형 증권사 2곳의 개인투자자 종합 계좌 약 460만 개를 분석한 결과, 신용융자를 활용한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19%)은 일반 투자자보다 두 배 이상 낮았다. 특히 20대 '빚투' 소액 투자자는 신용융자를 사용하지 않은 일반 투자자보다 손실률이 3배 이상 큰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신용융자 한도를 조정하거나 특정 종목에 대한 신규 매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에 착수했다.

KB증권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차액결제거래(CFD) 신규 매수를 중단했다. CFD는 실제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만 정산하는 구조의 고위험 레버리지 장외파생상품이다. 회사 측은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고 고위험·레버리지 투자를 축소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22일부터 카카오·알테오젠·하이브·LG에너지솔루션 등 20개 종목을 'E군'에서 신규 융자가 제한되는 'F군'으로 강등하고, 하나마이크론·대덕전자 등 10곳은 증거금률을 기존 30~40%에서 100%로 올렸다.

토스증권 역시 같은 날 에코프로에이치엔과 삼성전기 등 일부 종목의 증거금률을 100%로 올린 데 이어, 최근 상장된 '키움 삼성전자&하이닉스 채권혼합 50' 등 상장지수펀드(ETF) 4개를 일괄적으로 'F군'으로 분류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신용공여 한도 소진으로 신규 신용융자 매수 주문을 중단한다고 안내했다.

업계에서는 시장 과열 징후에 대응할 수 있는 금융당국의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용잔고 수준에 연동해 규제가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체계를 구축하거나, 종목별 레버리지 한도를 실시간으로 정교하게 조정하는 관리 방안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는 단순 경고 수준을 넘어 신용잔고 증가 속도에 연동해 자동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라며 "종목별 변동성과 유동성을 반영해 레버리지 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하락 전환 시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