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의사도 "처음봤다"…구더기 닦아도 계속 나왔다는데 "몰랐다"는 남편

입력 2026-04-22 10:02:00 수정 2026-04-22 10: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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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아내의 몸에서 구더기가 발견될 정도로 방치한 혐의를 받는 부사관 남편 A씨의 재판에서 당시 응급실 의료진의 증언이 나왔다.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와 현장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21일 JTBC에 따르면, 피해자가 119구급차로 이송됐을 당시 직접 처치를 담당한 응급실 의사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5년 의사생활 동안 살아있는 환자 몸에서 구더기가 나온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어 "구더기가 너무 많아 생리식염수로 씻어내고 병실로 옮기려 했는데, 아무리 씻어내도 구더기가 계속 나왔다"며 "도저히 다 닦아낼 수 없어 그 자리에서 붕대를 감아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의사는 현장에 퍼져 있던 냄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는 "처치실 안에 시체 썩는 냄새가 가득했고 옷과 온몸에 냄새가 밸 정도였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 내에도 냄새가 배어들 만큼 상태가 심각했다는 취지다.

반면 남편은 그동안 아내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방향제 사용으로 인해 수개월 동안 냄새를 맡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군검찰 조사 과정에서는 "물 썩는 냄새 정도는 났다" "아내 발이 까매서 잘 씻으라고 얘기했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가 장기간 방치된 상태에서 과자와 빵, 주스 등으로 연명해 왔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에 대해 피해자의 언니는 "내 동생이 진짜 숨이 끊어지길 기다렸다가 그때 되어서야 신고를 하고 (병원에) 데리고 간 것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응급실에 도착한 직후 남편의 행동을 둘러싼 증언도 나왔다. 남편은 "아내를 살려만 달라"고 말하며 바닥에 주저앉았지만, 이를 본 의료진은 "저게 진심일까 의심스러웠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언니는 "갑자기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무슨 연기 하듯이"라고 했다.

앞서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파주시 광탄면에서 "아내의 의식이 혼미하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구급대가 도착 당시 피해자인 30대 여성 B씨는 리클라이너 의자에 앉은 채 이불을 덮고 있었다. B씨는 온몸에 배변이 묻은 것은 물론, 엉덩이와 겨드랑이·등 부위에서 욕창과 감염이 깊게 진행돼 피부 괴사까지 발생한 상태였다.

B씨는 병원 이송 도중 한 차례 심정지가 왔고, 결국 다음날 숨졌다. 의료진은 심각한 욕창 부위 등을 근거로 A씨의 방치 정황을 의심,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A씨는 중유기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A씨가 군인 신분인 점을 고려해 군사경찰로 사건을 이관했다.

고인이 A씨에게 "병원 좀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남긴 사실도 사후 알려졌다. B씨가 생전 사용하던 다이어리에는 "죽고 싶다. 죽어야 괜찮을까"라며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도 파악됐다.

군 검찰은 지난달 15일 A씨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육군 수사단은 A씨에 대해 중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는데, 군 검찰이 더욱 무거운 혐의를 변경 적용한 셈이다.

군 검찰 관계자는 혐의 변경과 관련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사람을 죽게 한 경우'를 살인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법 개념이다.

해당 사건의 재판은 다음 달 12일 마무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