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욕망의 덫, 오보와 가짜뉴스
양상우 지음/ 인물과 사상사 펴냄
속보를 내보내고 나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식은 땀이나고 손발이 차게 식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더 빠르게, 더 먼저라는 기준이 당연해진 뉴스 현장에서 '정확성'은 때때로 그 다음 순서로 밀린다. 그 익숙한 장면들을 마주하게 하는 책 앞에서 독서는 정보 습득을 넘어 스스로의 기준을 되묻게 한다.
언론인이자 경제학자인 양상우의 신간 '욕망의 덫, 오보와 가짜뉴스'는 오보와 가짜뉴스를 '누가 잘못했는가'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는다. 대신 그 질문을 조금 비틀어 묻는다. 왜 우리는 반복해서 틀린 정보를 믿고, 또 전파하게 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언론과 대중은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닮아가는가.
책은 거짓 정보의 출발점을 언론이 아니라 인간에게서 찾는다. 사람은 이미 믿고 싶은 방향을 정해두고 있고 정보는 그 기대에 맞춰 선택되고 해석된다는 것이다. 이때 작동하는 것이 확증편향이다. 자신의 신념을 강화해주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의심하거나 배제하는 경향이다. 문제는 이 편향이 단순한 심리 현상에 머물지 않고 뉴스의 생산과 유통 전반을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는 점이다.
이 같은 구조는 역사 속에서도 반복돼왔다. 전쟁 확대의 명분이 됐던 '통킹만 사건'은 이후 사실과 다른 정보가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고, 38명의 목격자가 살인을 방관했다는 '제노비스 사건' 역시 과장된 보도로 확인됐다. '드레퓌스 사건'처럼 언론과 여론이 결합할 때 거짓은 더욱 쉽게 진실의 얼굴을 갖는다. 거짓이 힘을 갖는 순간은 그것이 사실처럼 보일 때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것을 믿고 싶어 할 때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가짜뉴스는 '새빨간 거짓'이 아니다. 오히려 진실을 닮은 거짓, 일부 사실을 교묘하게 끼워 넣은 정보는 걸러지지 않고 더 설득력을 얻는다.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정당화했던 오래된 신념들부터 역사적 사건을 뒤틀었던 수많은 오보 사례까지 거짓은 언제나 '그럴듯함'을 무기로 삼아왔다.
뉴스는 시장 안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만 존재할 수 있고 그 선택을 끌어내기 위해 더 빠르고 자극적인 정보가 요구된다. 속도와 클릭 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검증의 시간은 줄어들고, 그 틈에서 오보는 반복된다. 한 방향으로 기울어진 보도 흐름 속에서 이를 벗어나는 판단을 내리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때 발생하는 오류를 개인의 윤리 문제로만 환원하기에는 뉴스 생산을 둘러싼 조건들이 지나치게 복잡하다. 책은 그 복잡성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디지털 환경은 이 구조를 더욱 가속화한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그만큼 거짓의 확산 속도도 빨라졌다. 특히 소셜 미디어는 사실 여부보다 반응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자극적인 정보일수록 더 많은 클릭과 공유를 낳고 그 과정에서 검증은 뒤로 밀린다. 정보 민주화가 곧 진실의 확산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역설이 여기서 드러난다.
책이 던지는 가장 불편한 질문은 결국 독자를 향한다. 우리는 정말 피해자에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믿고 싶은 정보를 선택하고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거짓의 생산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언론을 향한 비판으로 읽히기보다 뉴스 환경 전체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책이 비관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가짜뉴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접근 대신 진실이 드러나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거짓이 퍼지는 속도와 진실이 밝혀지는 속도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것, 그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것이다. 규제와 처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정보 유통 환경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260쪽, 1만8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