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유증' 한화솔루션, 유증 규모 축소 방침에도 논란 지속
투자냐 방어냐…자금 사용처에 갈리는 주주 평가
"고금리·실적 둔화, 생존 위해 불가피" VS "주주가치 훼손"
"국장(국내 증시)에서 유상증자 공시 뜨면 일단 주식 던집니다. 이유는 안 봐요. 결과는 뻔하니까요."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 사실상 공식처럼 굳어진 반응입니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내용보다 '유증'이라는 단어 자체가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을 조달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지만 최근 들어 유상증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유상증자의 상당수가 '투자'가 아닌 '방어'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가 한화솔루션입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주주배정 방식으로 보통주 7200만주를 발행하는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1조50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9000억원을 시설 투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기 주주총회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점까지 더해지며 시장의 반발은 거셌습니다. 주가는 급락했고 "주주 돈으로 빚을 갚는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고 한화솔루션은 이달 17일 유상증자 규모를 1조8000억원으로 축소했습니다. 채무 상환 비중은 1조5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줄이고 미래 투자 금액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조정했습니다. 또 2030년까지 추가 유상증자를 하지 않고 향후 5년간 순이익의 10%를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그럼에도 시장 반응은 여전히 냉담합니다. 한 개인 투자자는 "금액은 줄었지만 결국 유증으로 재무를 메우는 구조는 그대로"라며 "주주 입장에서 체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급증하는 유상증자…"기업 생존 위해 불가피" VS "주주가치 훼손"
유상증자는 성장 투자에 쓰일 때는 호재로 평가받지만 재무구조 개선 목적이 강할 경우 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최근 투자자 반발이 커지는 이유도 주주가치 훼손에 있습니다.
논란 속에 올해 들어 유상증자 규모는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이달 초 기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89곳이 발표한 유상증자 규모는 5조57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늘었습니다.
배경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커졌고, 회사채 등 기존 자금 조달 수단 역시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습니다. 여기에 일부 업종의 실적 둔화까지 겹치며 현금 확보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결국 비교적 확실하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유상증자로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업황 부진을 겪는 기업일수록 선제적인 재무 안정화가 필요해지면서 방어형 유상증자가 늘어나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최근 추진되는 상법 개정 기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경영진의 책임과 주주 보호 의무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재무 리스크를 방치하기보다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할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가 기업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 대규모 증자를 통해 재무 리스크를 털어낸 뒤 조선업황 회복과 함께 실적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유상증자는 결국 지분 희석을 동반해 기존 주주가 부담을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유상증자를 둘러싼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기업은 "재무 안정과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지만 투자자는 "과거 리스크를 주주에게 전가한다"고 받아들입니다.
기업은 "재무 안정과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투자자는 "지분 희석을 감수하며 과거 리스크를 떠안는다"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결국 핵심은 유상증자 자체가 아니라 그 시기와 규모, 자금의 사용처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본시장의 한 전문가는 "주가 낙폭이나 희석률만 따지는 식의 단편적 시각으로는 유상증자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조달 자금을 어디에 쓰는지, 그것이 회사 경쟁력과 재무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면서 "기업들도 증자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단계에서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불필요한 법적 공방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