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토목 기술의 정점 '달성'…1500년 만에 드러난 비밀

입력 2026-04-20 17:31:12 수정 2026-04-20 1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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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석혼축 방식으로 축성…구조적 안전성 높여
경주 월성급 성벽 규모…고대 대구 세력 위상 드러나

20일 대구 달성토성 남측 진입로 신설부지 일대에서 정밀발굴조사 현장공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달성토성은 기존에 알려진 단순 토성이 아니라, 흙과 돌을 따로 또는 섞어 쌓아 견고성을 높인 토석혼축과 석축 기법을 함께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일 대구 달성토성 남측 진입로 신설부지 일대에서 정밀발굴조사 현장공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달성토성은 기존에 알려진 단순 토성이 아니라, 흙과 돌을 따로 또는 섞어 쌓아 견고성을 높인 토석혼축과 석축 기법을 함께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삼국시대 대규모 방어시설이자 대구를 대표하는 사적인 '달성(達城)'이 품고 있던 비밀이 1천500년만에 풀렸다. 그동안 단순히 흙만을 쌓아올린 토성으로만 알려졌던 것과 달리 흙과 돌을 함께 쌓은 '토석혼축' 성곽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지역에선 이미 고대부터 성곽을 쌓는 기술을 보유하고, 실제 적용된 점이 눈으로 확인되면서 달성이 품은 역사적 가치가 더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파트 5~6층 높이 규모…눈으로 확인한 달성의 속살은

대구시는 20일 오후 달성공원 남측 성벽 발굴 현장에서 시민 현장 설명회를 열고 그간의 발굴조사 성과를 공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오랜 기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달성의 축조 방식과 구조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달성은 삼국사기 기록에 따르면 첨해이사금 15년(261)에 축조된 것으로 전해진다. 고대 신라가 대구 일대를 통치하기 위해 조성한 치소성로 조선시대까지 개·보수를 거치며 성벽으로서의 기능을 이어 왔다. 인근 달성고분군과 함께 지역 지배 구조를 보여주는 핵심 유적으로 평가된다.

이날 공개된 발굴 현장은 달성 남측 성벽으로, 아파트 5~6층 높이에 이르는 내·외벽 일부 구간이 절개돼 속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암반층 위로 흙과 돌을 섞어 만든 층이 계단처럼 이어졌고, 그 위에는 납작하게 깬 돌을 비스듬히 겹쳐 쌓은 뒤 점토를 두텁게 덮은 흔적이 확인됐다. 하중을 분산시켜 붕괴를 막기 위한 구조다.

현장 관계자들은 참가자들과 함께 성벽 단면을 둘러보며 축성 기법과 공정 과정을 설명했다. 시민 50여 명은 사진을 촬영하거나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1천500년 전 신라시대의 토목기술을 직접 하나하나 살펴봤다.

조사에서 달성은 흙과 돌을 함께 사용한 '토석혼축' 구조로 확인됐다. 암반층을 정지한 뒤 흙과 돌을 교대로 다져 쌓고, 외면에는 석재를 층층이 배치한 뒤 점토층으로 마감한 복합 구조다.

성벽 규모도 대형 방어시설의 면모를 보여준다. 하부 너비 약 35m, 외벽 높이 17m, 내벽 높이 9m 내외로 확인됐다. 성벽 기저부에서 출토된 토기편과 축성 기법 등을 종합할 때, 이번에 조사된 성벽 구간은 5세기 중엽 전후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성벽 축조 과정에서 구간을 나눠 작업한 '구획축조' 방식도 확인됐다. 경사가 큰 구간에서는 2~2.5m 간격으로 작업 구획이 나뉘어 있었는데, 이는 대규모 인력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공사가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20일 대구 달성토성 남측 진입로 신설부지 일대에서 정밀발굴조사 현장공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달성토성은 기존에 알려진 단순 토성이 아니라, 흙과 돌을 따로 또는 섞어 쌓아 견고성을 높인 토석혼축과 석축 기법을 함께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일 대구 달성토성 남측 진입로 신설부지 일대에서 정밀발굴조사 현장공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달성토성은 기존에 알려진 단순 토성이 아니라, 흙과 돌을 따로 또는 섞어 쌓아 견고성을 높인 토석혼축과 석축 기법을 함께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고대 대구 위상 확인…복원 사업 속도

달성은 토석혼축 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토성'이란 명칭도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내부에는 대량의 돌이 사용됐지만, 외부는 두꺼운 흙층으로 덮여 있어 외형상 토성의 특징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재현 대동문화유산연구원 자료관리부장은 "엄밀히 보면 토석혼축 구조가 맞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토성으로 이해해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성벽 규모 역시 이목을 끌었다. 달성의 성벽은 신라 왕궁이 있었던 경주 월성과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는 당시 대구 지역 세력이 상당한 규모의 인력과 자원을 동원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 부장은 "단순한 지방 거점이 아니라 지역 권력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준다"며 "달성을 통해 당시 대구 지역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굴 성과는 고대 신라의 토목 기술 수준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교한 축성 기법과 체계적인 공정 관리가 결합된 결과물이 1천500년 가까이 원형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도 높다는 평가다.

대구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달성의 역사적 가치를 재정립하고, 향후 복원 사업에도 착수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년까지 남측과 북측, 과거 시설 부지 일대에 대한 발굴을 이어가고, 이를 기반으로 2028년 달성공원 동물원 이전 이후 본격적인 복원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수목 정비 등을 통해 토성의 형태가 시민들에게 보다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발굴조사는 대구 달성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정식 학술조사로, 국가유산청 지원을 받아 (재)대동문화유산연구원이 지난해 5월부터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