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마경대] '범죄자 전성시대' 방치하면 영주 정치 무너진다

입력 2026-04-20 17:30:33 수정 2026-04-20 18:29:55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마경대 사회2부 기자
마경대 사회2부 기자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영주시 정치권이 심각한 도덕적 위기에 직면했다. 전과기록을 가진 예비후보들이 대거 공천 경쟁에 뛰어든 현실은 단순한 논란의 차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역 정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명한 경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하는 후보자 정보는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을 돕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재산, 병역, 납세와 함께 전과기록은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책임성을 가늠하는 핵심 기준이다. 공직이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후보자의 전과기록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우려를 넘어 실망스럽다. 폭력, 명예훼손, 뇌물, 횡령, 음주운전 등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 전력을 가진 인물들이 별다른 제약 없이 공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이러한 인물들을 걸러내지 못하는 정치 구조 자체가 문제다.

문제는 특정 후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주시장 선거는 물론 광역·기초의원 선거 전반에서 유사한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후보는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를 제지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권 내부의 자정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법적 판단 이전에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마저 외면되는 셈이다.

여기에 여론조사 왜곡 의혹까지 더해지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안심번호 사전 유출, 가짜 ARS 조사, 조직적인 착신전환, 중고 휴대전화 동원 등 구체적인 정황이 제기된 가운데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단순한 선거 부정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다.

이미 지역사회의 신뢰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전과자들이 경쟁하는 선거"라는 시민들의 자조 섞인 표현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이는 특정 정당이나 일부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정치 전체가 신뢰를 잃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다.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할 경우 그 결과는 자명하다. 선거의 정당성은 흔들리고, 당선자의 정통성은 끊임없이 의심받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갈 뿐 아니라 행정의 안정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특정 정당이나 일부 후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천 과정에서 최소한의 윤리 기준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당선 가능성만을 우선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정치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공천은 단순한 선거 전략이 아니라 시민을 대신해 권한을 행사할 인물을 선별하는 책임의 과정이라는 점을 정치권은 직시해야 한다.

유권자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후보 개인의 도덕성, 자질, 정책 역량을 면밀히 검증하고 판단하는 것은 권리를 넘어 책임이다. 무관심과 냉소는 결국 부적격 후보를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지방선거는 단순한 권력 재편이 아니다. 영주 정치의 수준과 방향, 그리고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다.

지금 영주 정치에 필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정치권이 스스로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그 역할은 결국 시민들에게 넘어갈 것이다. 이번 선거가 '범죄자 전성시대'라는 오명을 끊어낼 마지막 기회가 될지, 아니면 그 오명을 굳히는 계기가 될지는 오직 선택에 달려 있다. 지금 바뀌지 않으면, 영주 정치의 미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