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대구, 다시 문화수도로

입력 2026-07-23 14: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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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정 문화특집부 기자

온 동네가 잔치인데 대구경북만 구경하는 꼴이라니. 3대 메가 프로젝트 얘기가 아니다. 문화예술계 얘기다.

최근 몇 개의 기사를 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 중 하나가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 신임 위원장의 인터뷰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아르코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에 본부를 두고 있고, 바로 옆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순수예술 창작을 지원하는 아르코와 문화산업을 키우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협력하며 시너지를 내고, 지역 기관들의 문화 자산을 하나로 묶는다면 'AI 문화수도'가 될 수도 있다"며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발맞춰 전남광주가 세계적인 문화예술의 거점 도시로 자리매김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기사. 문체부가 서울예술단 신임 단장을 임명했다는 기사에서 다시 보게 된 한 문장이다. '문체부는 산하 예술단체인 서울예술단을 내년까지 전남광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국립예술단체 지방 이전은 전(前) 정부가 지역 문화 균형 발전을 내세우며 발표한 중장기 문화비전 '문화한국 2035'에 포함된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당시 서울예술단을 광주에, 국립오페라단을 대구에 이전할 것을 검토한 바 있다. 특히 대구의 경우 현장 실사까지 진행하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여, 광주 이전은 급물살을 탄 반면 대구는 감감무소식이다.

속이 답답해지는 중에 다른 소식들도 들려온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두고는 전국에서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경남 창원과 진주가 도전장을 냈고 인천, 강원 원주 등도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수년간 유치에 공들여온 광주는 이미 지난해 국회 토론회와 지역 예술인·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포럼을 열었고, 건립 부지도 확보하는 등 사활을 건 모양새다.

그런가하면 부산은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로 떠들썩하다. 196개국이 참가해 세계유산의 등재와 보존·보호 등에 관한 주요 사안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로, 이 기간 부산을 찾는 유네스코 전문가와 내·외국인만 줄잡아 3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희망과 열정이 넘쳐나는 문화계 소식들을 뒤로 하고 대구로 눈을 돌리니 너무 잠잠하다. 문화가 곧 경쟁력이자 자산인 시대, 대구는 위태롭게 홀로 서있다. 지역 곳곳이 문화 현안을 선점하는 중에 외딴 섬마냥 배제된 모양새다.

지역 문화정책의 핵심인, 옛 경북도청 후적지에 국립뮤지컬콤플렉스와 국립근대미술관을 조성하는 사업은 4년간 제자리다. 심지어 국비 전액 투입마저 무산될 위기다. 대구 공연시장은 인프라 격차에 따른 부진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 더욱이 수년 간의 예산 삭감으로 지역 문화계는 만성적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희망은 있다. 새로운 대구시장은 최근 딤프 폐막식에 참석한 문체부 장관에게 국립 문화시설 조성, 국립오페라단 대구 유치 등을 적극 건의하고 정부 부처들을 직접 찾아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정의 노력을 뒷받침해야 하는 건 정치권과 문화계, 시민사회의 공감대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다소 무기력한 대구의 분위기가 우선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지역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모두가 발 벗고 나서서 필요성과 당위성에 공감하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또 정부가 내놓은 결과가 불합리하다면 다함께 규탄해야 할 것이다. 대구가 더 이상 남의 잔치를 바라보는 구경꾼이 아닌 '문화수도'의 주인공이 되는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