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탄·수요 둔화에 실적 발목
올해 개인 순매수 4위…반등 기대에도 주가 현실은 답답
증권가는 목표주가 하향 조정 추세
화려한 국민주에서 개미 무덤이라는 오명을 썼던 한국전력의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한국전력의 주가는 4만43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올해 2월25일 종가 기준 기록한 고점(6만4300원) 대비 31.02% 하락한 가격입니다. 국내 증시가 강한 랠리를 이어가는 동안 한국전력의 주가는 뒷걸음질 친 것인데요.
지금은 국민주라고 하면 삼성전자나 네이버, 카카오를 떠올리지만 한국전력은 오랜 기간 국민주로 불렸습니다. 한전은 지난 1989년 상장 당시 전국민의 주목 속에 화려하게 증시에 등장했는데요. 포항제철에 이어 민영화 과정에서 청약을 통해 국민에게 주식을 나눠준 '2호 국민주'였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1990년부터 1999년까지 줄곧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키며 투자자의 재산 형성에 기여했기 때문인데요. 특히 1997년 외환위기 때 폭락장에서도 주가가 그해 11월부터 7개월 동안 4배 오르며 시장을 지켜냈습니다. 주가가 떨어져도 장기적으로 항상 반등에 성공하며 '배신하지 않는 주식'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언젠가부터 한국전력은 장기투자자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이후 탈원전 정책과 전기요금 동결 등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지난 2016년 기준 6만원 수준이던 주가는 1만원대 중반까지 추락하면서 장기투자자의 무덤, 대표적인 장투 실패 사례로 거론돼왔습니다.
오랜 기간 전기요금 통제와 누적 적자로 대표돼온 공기업 디스카운트가 실적 회복과 정책 환경 변화 속에 주가는 점차 회복세를 보였고, 원전 관련주의 강세를 계기로 주가가 다시 올해 초 6만원대를 돌파했는데요. 그 환호는 얼마 가지 못한 모습입니다.
한국전력의 주가가 부진한 건 실적 부진 때문입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올해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인데요.
증권가에선 한국전력 실적의 핵심 변수로 계통한계가격(SMP)을 꼽습니다. 한국전력이 발전소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도매가를 의미하는 SMP는 연료비가 오르면 함께 오릅니다. 정부가 5월부터 SMP 가격의 상한을 두는 'SMP 상한제'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이익 감소 흐름을 막기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등 영향은 시장 생각보다 크다. 본격적으로 SMP 상승이 관찰될 8~10월에는 200원/kWh내외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종전 이후 유가가 빠르게 하락한다고 해도 4분기에는 순이익 기준 적자 전환(-3614억원)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메리츠증권은 한국전력의 적정주가를 6만5000원으로 12% 낮췄습니다.
안타깝게도 증권가의 평가는 비슷합니다. 메리츠증권뿐 아니라 NH투자증권도 한국전력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원에서 6만 8000원으로 15%, 하나증권은 기존 7만30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24.7% 목표가를 낮췄습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두바이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75달러로 상향하면서 영업이익 전망을 기존 20조원에서 13조원으로 하향 조정했다"며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늘어난 24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8% 증가한 4조1000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가 폭탄뿐 아니라 수요 둔화도 한국전력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전기요금 인상 이후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한국전력이 수익을 내는 구조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기요금 인상 이후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2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산업용 판매단가가 2021년 9월 이후 53개월 만에 전년 대비 하락 구간으로 진입했습니다.
다만 한전이 다시 국민주 자리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속에 여전히 해당 주식을 모아가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4위는 한국전력입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한국전력을 8531억원어치 사들였는데요. 종목토론방에는 한국전력 주식을 모아가면서도 자조 섞인 푸념의 글들이 상당합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오랫동안 들고 있는 주식이라 나름 애정이 있어 쌀 때 조금씩 물량을 늘려보자 한다. 이러다 가겠지 하면서도 다른 주식 샀으면 더 큰 수익을 줬을 것이란 후회가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장기 부진 속에서도 반등을 기대하며 물량을 모아가는 개미들의 시선에는 여전히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오랜 시간 국민주로 사랑받아온 한국전력이 다시 한 번 신뢰를 회복하고 의미 있는 수익을 안겨줄 수 있길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