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것인가, 키울 것인가"…성과급 이어 초과이익 배분 갈등 번지나

입력 2026-05-31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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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AI 경쟁 속 현금 보상 확대 요구 확산…재계 "투자 실기 땐 경쟁력 훼손" 우려
정부 내에서도 분배·재투자 시각차…산업계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 논의해야"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성과급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단순히 임직원에게 얼마를 지급하는지를 넘어 기업이 벌어들인 초과이익을 '분배'할 것인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것인지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과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성과급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반면, 재계에서는 지금이야말로 현금성 보상 확대보다 생산설비와 연구개발(R&D), 인재 확보에 자원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성과급 논의가 기업의 장기 투자 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와 AI 산업은 한 번의 투자 시기를 놓치면 경쟁 구도가 급격히 바뀔 수 있다. 첨단 공정 전환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 확대, 차세대 패키징 기술 확보, AI 서버용 반도체 대응 등은 모두 막대한 규모의 선제 투자를 요구한다. 단기 실적을 현금으로 나누는 데 집중할수록 미래 시장을 선점할 재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속도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대만, 일본 등 주요국은 자국 내 생산기반 확대와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해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쏟아붓고 있다. 기업들도 수십조 원 단위의 설비투자와 R&D 투자를 경쟁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경쟁국인 대만에 연 200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경쟁 구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위기론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 국내 기업이 초과이익의 상당 부분을 현금 보상으로 소진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의 투자 축소는 장비와 소재, 부품, 설계, 후공정 등 협력 생태계 전반의 수주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산업 경쟁력 위축도 우려된다.

정부 내에서도 투자와 분배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드러났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을 계기로 대기업 초과이익의 사회적 분배 문제를 사회적 대화로 풀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반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인공지능(AI) 시대의 승부는 압도적인 속도와 규모에서 갈린다.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단 한 번의 투자 실기조차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우리 기업들을 회복하기 어려운 패자의 길로 내몰 수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머뭇거림이 아니라 결단이며, 분산이 아니라 집중"이라고 짚었다.

산업계에서는 성과급 논의 역시 단기 분배보다 장기 투자와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 개편이라는 큰 틀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사이클은 이제 시작인데 갈등에 발목을 잡힐 수 없다. '얼마를 나눌 것인가'보다 '어떻게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