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서 20개 종목 상장폐지…전년 대비 150% 급증
주식 병합은 166건으로 20배 넘게 증가…금융당국 '꼼수 차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vs '투자자 보호 등 보완책 병행돼야'
올해 들어 상장폐지 기업 수가 급증하며 국내 증시에서 이른바 '좀비기업' 정리가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그간 시장에 잔존해온 부실기업들이 빠르게 걸러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일각에서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충격을 고려한 보완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4일까지 국내 증시 3개 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종목 수는 20개로 집계됐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6사, 코스닥 10사, 코넥스 4사로 스팩(SPAC) 소멸·합병, 완전 자회사편입, 이전상장 등의 사유로 상장 폐지된 기업은 제외한 수치다.
같은 기준·기간으로 집계했을 경우 전년 8개 종목(코스닥 7사·코넥스 1사)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모습이다. 지난 2023년 5개(코스닥 3사·코넥스 2사), 2024년 4개 종목(코스닥 2사·코넥스 2사) 대비로는 4~5배가량 불어났다.
또한 현재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39개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한 종목도 없었지만, 코스닥 시장에서 28개, 코넥스 시장에서 11개 종목의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이들 종목 대부분은 같은 사유로 거래소의 관리종목에 지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올해 상장폐지 기업이 대폭 늘어난 것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부실기업에 대한 상장폐지 문턱을 대폭 낮춘 영향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감사의결 거절 등 감사의견 미달이 2년 연속 발생할 경우 이의신청 절차 없이 즉시 상장폐지로 이어져 한계기업 퇴출이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증권거래소는 일종의 백화점"이라며 "가치가 없는 상품이 많으면 누가 찾겠느냐"고 지적해 부실기업 정리를 사전 과제로 지목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 2월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6월까지 코스닥 상장폐지 집중 관리 기간을 운영하고 올해 1월부터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한 차례 높아진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을 올해 7월 200억원, 2027년 1월 30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도 상장폐지 요건으로 신설했다.
중소형주들은 동전주 상폐를 피하기 위해 주식 병합이나 무상 감자 등에 나섰다. 올해 4월 14일까지 주식합병을 공시한 건수는 총 166건으로 코스피 37건, 코스닥 129건, 코넥스 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8건(코스닥 8건)보다 20배나 넘게 폭증한 수치다.
다만, 국내 증시 내 동전주는 여전히 10개 중 1개에 육박한다. 14일 종가 기준 국내 증시에서 1000원 미만인 종목은 247개로 전체 2883개 종목의 8.57%에 달했다. 코넥스 상장사 25사를 제외할 경우 222종목으로 전체 7.70%로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꼼수 차단에 나섰다. 7월 1일부터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를 상장폐지 대상으로 하고 액면 병합을 통한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병합 후 액면가 미만'인 경우도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액면가 500원, 주가 300원인 기업이 동전주 상폐 요건 회피를 위해 액면가 2000원으로 병합(주가 1200원)하더라도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부실기업 퇴출 강화 방안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은 단기적인 시장 부양책이 아니라 기업행동 변화와 투자자 구조변화를 동시에 유도하는 지속가능한 리레이팅 정책"이라며 "국내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해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존 한국 시장은 상장 유지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구조로 인해 부실기업이 장기간 존속하는 문제가 있었으며 이는 전체 시장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며 "코스닥 시장의 역동성을 살리기 위한 구조 개편안도 시행될 경우 신규 지수와 연계 ETF(상장지수펀드)을 통해 기관·외국인의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장폐지 요건 강화만으로는 한계기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계기업 문제는 완화적 통화정책, 산업 구조 변화, 정부·금융기관의 지원 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이라며 "금융당국의 상장폐지 요건 강화안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장 내 경쟁 압력을 강화하고 정부·금융기관의 지원 관행을 재검토해야 하며 청산가치 미만으로 거래되는 자산주의 퇴출 시 투자자 보호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