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새 점유율 18%→32% 급증… 은행권 자금 증권사로 '머니무브' 본격화
DB 지고 DC·IRP 중심 재편… 직접 투자 선호에 실적배당형 운용 역량 '승부처'
키움 가세로 '춘추전국시대' 개막
500조원 규모 퇴직연금 시장의 자금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은행에 머물던 연금 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본격화되면서 업권 간 판도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96조80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2016년 147조원과 비교하면 9년 만에 약 350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최대 5000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금은 빠르게 증권사로 이동하고 있다. 증권사 점유율은 2020년 18%에서 2025년 32%까지 확대된 반면 은행은 같은 기간 68%에서 59%로 하락했다. 증권사 적립금 증가율은 26.5%로 은행(15.4%)과 보험(7.4%)을 크게 웃돌며, 지난해 기준 적립금도 약 131조원으로 전년 대비 27조원 늘었다. 실물이전 제도 도입 이후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자금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은 퇴직연금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기존 확정급여(DB)형 중심이던 시장이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투자형 운용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IRP 비중은 23.1%에서 26.3%로 상승하는 등 개인 운용 영역이 확대되면서 증권사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이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배경도 명확하다. 시장 자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데다 자금이 수십 년간 유지되는 구조로 매년 운용·관리 수수료가 발생하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대금에 따라 실적이 변동하는 브로커리지와 달리 변동성이 낮은 사업 구조라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ETF 적립식 투자, 디지털 플랫폼 등을 활용한 서비스 경쟁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퇴직연금은 고객 이탈이 제한적인 구조인 만큼 장기 고객 확보와 추가 자산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키움증권의 신규 진입은 시장 경쟁 확대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키움증권은 지난 8일 퇴직연금 사업자 등록을 완료하고 상반기 내 서비스 개시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시장은 상위 증권사를 중심으로 운용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가 전체의 약 60%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약 48조원 규모의 적립금을 운용하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8일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가속화되는 지금이야말로 도약의 골든타임"이라며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자산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외부 전문성을 활용한 위탁운용(OCIO) 확대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OCIO와 같은 위탁운용 확대를 의미하고 퇴직연금은 자본시장과 운용산업 전반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핵심 수요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