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막히고 원가 폭등…지역 산업계 '셧다운 현실화 우려'

입력 2026-04-13 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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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가격 급등에 섬유·화학 직격탄…재고 쟁탈전 격화 속 중소기업 타격 확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3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조선, 자동차, 주택용 페인트 생산기업인 SP 삼화를 방문, 관계자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핵심 산업과 의료용품, 생필품 등 중동 전쟁으로 수급 우려가 있는 품목 생산 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정부 추진 현황을 공유했다. 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3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조선, 자동차, 주택용 페인트 생산기업인 SP 삼화를 방문, 관계자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핵심 산업과 의료용품, 생필품 등 중동 전쟁으로 수급 우려가 있는 품목 생산 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정부 추진 현황을 공유했다.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지연되면서 산업계가 원자재 수급 차질에 따른 위기에 직면했다. 석유화확 원료가 필수적인 플라스틱, 섬유, 고무 등 핵심 소재 산업이 흔들리면서 지역 산업계 일각에서는 공장을 멈춰 세우는 '셧다운'에 대한 공포도 부각되고 있다.

◆ 정유·석유화학 다시 '비상등'

미군이 이란의 모든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에 들어가면서 휴전 이후 긴장이 오히려 고조되고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동산 석유와 나프타 재고분이 줄어들면서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최악의 경우 연쇄 가동 중단 사태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비축유 방출 없이 4~5월을 넘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으나, 이미 사태가 한 달을 훌쩍 넘기고도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데 따라 향후 상황을 예단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추후 비축유를 풀어 설비 가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해도, 치솟는 국제유가와 원재료 가격 탓에 비용 부담이 급등하고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종전 기대로 유가 안정을 예상했으나 협상 결렬과 긴장 고조로 시장 실망감이 큰 상황"이라며 "우회 경로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대체 유종으로 수요가 몰려 가격이 폭등하면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어 5∼6월 이후의 원유 수입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단기 대응으로 상황을 버티고 있지만 사태 장기화에는 속수무책이라는 반응이다. 최근 정부가 확보한 미국산 원유 등이 국내에 도착하면 나프타 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이번 이란 해상봉쇄로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 아프리카, 유럽 등에서 스폿 물량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여기에 중국까지 합세하면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며 "나프타 가격이 전쟁 전보다 80%가량 오른 상황에서 추가 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구산업단지 내 섬유수출용 PP마대를 생산하는 업체에 재고가 가득 쌓여져 있다. 중동전쟁으로 섬유 수출로가 막히면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공장을 가동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서대구산업단지 내 섬유수출용 PP마대를 생산하는 업체에 재고가 가득 쌓여져 있다. 중동전쟁으로 섬유 수출로가 막히면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공장을 가동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 재고 쟁탈전 '치열' 셧다운 위기론도

대구지역 산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치솟은 원자재 가격에 버티고 있지만 물량 자체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서산업단지에서 섬유 공장을 운영하는 A사 대표는 "중동 수출로가 막히면서 매출은 급감하고 원사 등 재료를 확보하지 못하는 이중고에 처했다. 이달 중에 활로를 찾지 못하면 다음달에는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현재 원재료 공급 업체에서 가격 인상도 수차례 진행해 버틸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염색·섬유 업종이 밀집한 대구염색산업단지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염료 등 석유화학 기반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 원가 부담이 한계 수준에 근접한 것. 수주를 포기하는 기업도 늘면서 가동률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40%대로 추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염색 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중소 업체일수록 타격이 더 크다"며 "수주를 받아도 남는 게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물량 확보'도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공급망에 차질도 빚어지고 있다. 포장재를 생산하는 B사 대표는 "현재는 PE(폴리에틸렌) 물품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이라며 "처음에는 어쩔 수 없겠지 이해하는 분위기였지만 인상 폭이 점점 더 커지면서, 중간에서서 얼마나 남기는지 불신도 깊어졌다. 대체재를 찾거나 수입해서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지만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른 산업의 기반이 되는 원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 될 경우 연쇄적인 생산 위축이 불가피하다. 지역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원재료 가격 상승과 납기 지연에 대한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한 부품 업체 관계자는 "원가 부담으로 마진이 급격히 줄어 걱정이다. 원자재 수급이 더 악화되면 생산 일정 자체를 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김보근 대구상공회의소 경제조사부장은 "에너지, 물류 비용이 급격히 상승해 지역 기업들의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공급 차질로 여파가 전방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대응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타격을 고려해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