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상군 배치" vs 이란 "결사항전"…중동전 불확실성 속 코스피 향방은?

입력 2026-03-30 10: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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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대 하락한 5217.32…코스닥도 3.76% 약세
중동 지역 불안·터보퀀트發 충격 영향…외인 매도세 확대
"변동성 장세 당분간 이어질 듯…과도한 우려는 경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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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동 확전 우려와 함께 구글의 '터보퀀트' 발표로 촉발된 반도체 투자심리 위축 환율 불안까지 맞물리며 당분간 '리스크 연동 장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부에서는 과도한 공포 심리에 따른 낙폭 확대 국면인 만큼 협상 진전 여부와 경기 지표 흐름에 따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경우 점진적인 반등세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10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5438.87)보다 221.55포인트(-4.07%) 하락한 5217.32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전장 대비 257.07포인트(-4.73%) 내린 5181.80으로 출발해 한때 5151.22까지 밀려났지만, 이후 낙폭을 소폭 줄였다.

같은 시간 코스닥 지수는 전장(1141.51)보다 42.95포인트(-3.76%) 하락한 1098.56으로 1100선이 붕괴됐다.

지난주(23~27일) 국내 증시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졌다. 이 기간 5.92% 내린(5781.20→5438.87) 코스피 지수는 지난 27일 장중 한때 5220.10까지 떨어지며 5220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는 1.72% 하락했다.

국내 증시를 짓누른 요인은 지속된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구글의 '터보퀀트(TurboQuant)' 기술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이란 발전소 공격 유예를 오는 4월 6일까지 열흘 연장한다고 밝히면서 이란과의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미 육군 정예 82공수사단 소속 병력을 포함한 수천명의 미군이 중동에 배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양국 간 긴장감은 다시 최고조로 치솟았다.

구글이 지난 25일 공개한 터보퀀트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임시 기억장치인 'KV 캐시'를 3비트 수준으로 압축해 메모리 사용량을 기존 대비 6분의 1까지 줄이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내 디램(DRAM), 낸드(NAND) 수요 둔화 우려가 부각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 반도체주들이 약세를 보인 점도 지수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이란 간 지속되는 긴장감과 터보퀀트 발표 후 메모리 투매 등에 부진했다"며 "반도체주들은 터보퀀트의 투매 촉발 요인에 대한 해명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낙폭을 크게 줄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강한 매도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에서 이달 들어 29조7471억원을 순매도한 외국인은 지난 한 주 동안에만 45.70%에 달하는 13조593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2조2352억원, 1조616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말 발발한 전쟁 이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한국은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유가가 급등할 때마다 과도한 달러 유출과 원화 가치 급락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은 이날 오전 한때 115달러를 넘어섰고 미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배럴당 102.03달러로 전장보다 2.4% 오른 상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0시 10분 기준 2.50원 오른 1511.50원을 나타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4.5원 오른 1513.4원으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조절 중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발작은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의 엑소더스를 자극한다.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한국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대장주인 반도체를 기계적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환율이 의미 있게 꺾이지 않는다면 외국인의 거센 순매도 압력은 무거운 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국내 증시도 변동성 장세를 펼칠 것으로 봤다. 주말 사이 파키스탄에서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과 이란의 대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 공격을 공식화하며 사실상 참전해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차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는 31일 발표되는 2월 구인·이직(JOLTS) 보고서와 ▲4월 1일 ADP 민간 고용보고서·2월 소매판매·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2일 미 3월 고용보고서 등 경제지표들도 변수로 꼽힌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극대화와 메모리 반도체 악재로 주초 시장 분위기는 험악한 상황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당장은 중동쪽 향방에 모든 자산이 연동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번 주 미국 고용지표, 주요국 PMI 등의 일정이 잡혀 있으나 지표 결과에 대해 시장이 크게 주목할 지는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면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의 훼손보다는 심리적 공포가 과도하게 반영된 하락 구간"이라며 "전쟁의 격화보다는 협상 진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낙폭 과대에 따른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밝혔다.

실제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부 장관은 29일(현지 시각) 파키스탄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집트와의 4개국 외무장관 회의 뒤 중동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과 이란의 대화를 자국에서 곧 개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도 "유가 충격은 단기 급등보다 고유가의 지속 여부가 더 중요하며 미국 지상군 카드는 협상 압박용 옵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금융시장은 결국 전쟁보다 경기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데, 경기만 무너지지 않는다면 AI와 반도체가 다시 위험자산의 복원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