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초등학생이 사춘기?"…성조숙증, 치료 타이밍이 관건

입력 2026-03-31 18:30:00 수정 2026-03-31 19: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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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전후 검사 권장
적정 시기의 치료로 키 손실 줄일수 있어
너무 이른 사춘기로 감정 변화·우울감 호소하기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생리를 시작했어요" "8살 아들이 여드름이 나고 화가 많아졌어요". 너무 이른 시기에 자녀의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당혹감을 느끼는 부모들이 많다. 성조숙증 진료 건수는 2019년 10만8천500여명에서 2023년 18만6천700여명으로 5년새 72%나 증가했다.

성조숙증은 여아 만 8세 이전, 남아 만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여아는 유방 발달, 초경, 음모 발생 등이 나타나며, 남아는 고환 크기 증가, 여드름, 목소리 변화 등의 변화를 보인다. 키가 급격히 자라는 것도 대표적인 신호다.

단순히 아이의 성장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성조숙증은 최종 키 감소와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관리가 중요하다.

◆"처음엔 또래보다 크지만"…최종 키는 줄어들 수 있어

성조숙증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판 때문이다. 성호르몬이 일찍 분비되면 뼈가 빠르게 성숙하면서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게 된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시기에는 또래보다 키가 큰 편이지만, 성장판이 빨리 닫혀 성인이 되었을 때 최종 키가 오히려 작아질 가능성이 높다.

성조숙증 아동은 또래보다 몸무게가 빠르게 늘고 키도 빨리 자라지만, 골(骨) 성숙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장기적으로는 성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키가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사춘기가 시작되면 신체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와 정서적 불안도 겹쳐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성장 예측은 한 번의 검사로 확정되지 않는다. 아이의 현재 키, 뼈 나이, 성장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일정 간격을 두고 추적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전적 예상 키와 실제 성장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비만·생활습관·환경 변화…성조숙증 증가 배경

최근 성조숙증 환자가 늘어나는 데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요인은 비만이다. 체지방이 증가하면 지방세포에서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이 증가한다. 특히 '렙틴'이라는 물질이 늘어나면서 호르몬 균형이 깨지고 사춘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환경호르몬 노출 등도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이후 외부 활동이 줄고 고열량 식습관이 늘면서 소아·청소년 비만이 증가한 점도 성조숙증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수면 부족도 중요한 요인이다. 늦은 시간까지 스마트폰이나 TV를 사용하는 습관은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한다. 멜라토닌은 수면의 질뿐 아니라 성장과 호르몬 균형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면 부족은 호르몬 조절 기능을 떨어뜨려 사춘기를 앞당길 수 있다.

가족력 역시 중요한 변수다. 부모나 조부모, 친인척 중 사춘기가 빨랐던 경우, 아이에게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유전은 성장과 사춘기 시기에 70~80%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는 '속도 조절'…조기 진단이 핵심

성조숙증 치료의 핵심은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사춘기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는 것을 막고, 최종 키 손실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주로 성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 치료가 사용된다.

치료는 일반적으로 수년간 지속된다. 다만 치료 시작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 사춘기 진행이 상당히 진행된 뒤 치료를 시작하면 성장판이 이미 많이 닫혀 있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진단과 치료 시기가 늦어질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여아는 만 8~9세, 남아는 9~10세에 성조숙증을 진단 받게 될 경우, 이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입학 전후 시기에 한 번쯤 성장과 발달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권장된다.

평소에는 3~6개월 간격으로 키와 체중을 측정해 성장 곡선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래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거나 신체 변화가 의심될 경우에는 전문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명희 정명희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이른 사춘기로 인해 급격한 감정 변화와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 아이의 변화를 세심히 살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며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비만을 예방하고 건강한 성장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성조숙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정명희 정명희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정명희 정명희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도움말: 정명희 정명희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