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
"AI, 버블 아닌 초입"…데이터센터·반도체·전력 주목
인출기 ETF 구상…"은퇴 이후 현금흐름 설계가 다음 과제"
"투자자의 마음은 큰 방향이 맞더라도 시장의 작은 변동성 앞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의 변동성과 부침을 견디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구조적 변화와 메가트렌드를 포착하고 흔들리지 않는 투자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상무)은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투자 원칙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퀀트 기반 모델 운용에서 출발해 인덱스, 헤지펀드, 자산 배분 등을 두루 경험한 뒤 결국 운용의 본질은 '미래 성장에 대한 장기 투자'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퀀트 한계 넘어 자산 배분으로…장기 투자 습관의 중요성
미국 미시간대학교 앤아버(University of Michigan-Ann Arbor)에서 금융공학 석사를 마친 남 본부장은 미국에서 퀀트 트레이더로 활동하며 금융업에 입문했다. 2008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한화자산운용에서 ETF운용팀장, 퀀트리처치팀장 등을 역임했으며 DGB자산운용에서는 금융공학본부 선임운용역으로 근무했다. 이후 2017년 사모 운용사 루트엔글로벌자산운용 설립, 2017~2023년 한국퀀트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뒤 2023년 한투운용에 합류했다.
남 본부장은 "오랫동안 퀀트 운용을 해왔지만, 들이는 시간 대비 보상이 크지 않았고 결국 틀렸을 때 대가를 치르는 건 사람이었다"며 "이후 장기간 시장 부침이나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자산 배분과 장기 투자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의 가치관과도 일맥상통한다. 그간 배 대표는 국내 투자자들의 단기 투자 행태를 꼬집으며 미래 성장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해왔다. 또한 저서 '누구나 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다'에서도 '미래 성장에 장기 투자하라'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국내 증시의 급등으로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도 단기 자금이 일부 유입되자 남 본부장은 장기 투자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유튜브만 봐도 전문가가 1만명은 되는 것 같고 댓글 창까지 보면 10만명은 넘는 것 같다"며 "그 많은 의견 가운데, 실제로 장기 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보상받는다는 걸 어릴 때부터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며 "쇼츠 보듯, 도파민에 중독되듯 매매하는 건 리스크가 높기에 일처럼, 소처럼,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포모(FOMO·기회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서도 비슷한 시각을 내놨다. 남 본부장은 "포모는 결국 남들이 잘되는 게 배 아픈 심리와 비슷하다"며 "중요한 건 누가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내 인생에서 이 돈이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를 먼저 계획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은퇴했을 때 얼마의 생활비가 필요한지, 내 라이프타임 플랜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기 시작하면 남과 비교할 겨를이 없다"며 "길게 준비하는 습관이 생기면 포모는 별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투자 넘어 활용까지…"AI 수요·투자 여전히 견조"
남용수 본부장과 ACE ETF의 투자철학은 주요 상품군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 본부장은 ▲ACE 미국빅테크TOP7 ▲ACE AI반도체TOP3 Plus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등을 예시로 들며 "단순히 현재 뜨고 있는 테마를 중심으로 투자를 하거나 상품을 만들면 실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미래 성장성이 있는지 검증하고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CE ETF가 '테크에 진심인 브랜드'라는 인식을 얻은 점도 지난 수년간의 성과로 꼽았다. 그는 "ACE만의 철학 아래 단기 AUM 목표보다는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테크 라인업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ACE 하면 테크'라는 브랜드 정체성이 대중에게 퍼진 게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현재 한투운용이 가장 집중하는 핵심 영역 또한 AI 밸류체인이다. 향후 해외 테크 중심을 넘어 국내 라인업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AI를 축으로 두되, 성장성이 기대되는 국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남 본부장은 "AI라고 해도 범위가 굉장히 넓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데이터센터도 있으며 전력망과 발전원까지 다 이어져 있다"며 "이런 밸류체인 전반이 유망하다고 보고 관련 라인업을 계속 확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근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AI 버블론'엔 선을 그었다. 남 본부장은 AI는 버블이라기보다 아직 초입 단계로 보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지속성에 주목했다.
그는 "글로벌 전쟁과 경기 변수 등 노이즈가 많음에도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이지 않는 건 그만큼 수요와 유인이 분명하다는 뜻"이라며 "실제로 AI를 많이 써보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효율 차이가 크다"고 했다.
이어 "에이전트 AI가 나오면서 AI가 AI를 호출해 쓰는 시대가 됐다. 인간이 쓰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정보 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수요도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며 "소프트웨어 기업 중 누가 살아남을지는 더 봐야 하겠지만, 반도체와 전력, 데이터센터 장비 쪽은 계속 유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평가 영역 역시 AI에서 찾았다. 남 본부장은 "하이닉스나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은 글로벌 피어 대비 여전히 할인돼 있고 엔비디아도 역사적으로 보면 현재 밸류에이션이 아주 높은 구간만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투운용은 AI를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내부 업무 혁신 도구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남 본부장은 "AI에 투자하는 것뿐 아니라 직접 활용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며 "상품 개발과 운용, 마케팅 전반을 아우르는 프로세스를 AI 에이전트 기반으로 구축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조직 내 확산은 또 다른 과제다. 그는 "시스템을 만들어도 결국 조직원들이 자연스럽게 활용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도입을 강제하기보다 거부감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현재 가장 큰 고민"이라며 "AI 도입이 일부 직원들에게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으며 조직 전체의 업무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AI 활용은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적립기에서 인출기로"…ACE ETF 미래 청사진 제시
남 본부장은 한투운용 ACE ETF의 향후 3~5년 중장기 시그니처 라인업으로 '인출기 상품'을 제시했다. 적립기 상품이 돈을 모으는 수단이라면 인출기 상품은 은퇴 이후 모아온 돈을 꺼내 쓰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적립기 상품과 인출기 상품의 경계가 아직 ETF 시장에서는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실제로 인출기 상품이 필요한 분들은 아직 ETF보다 은행 예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군을 새로 만드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은퇴 이후 상품은 생활비와 직결되기 때문에 건보료 등 다양한 변수까지 고려해야 해 설계가 훨씬 어렵다"면서도 "고객 페르소나를 잘 나누면 충분히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향후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억되고 싶은 ETF에 대한 질문에도 주저 없이 인출기 상품을 꼽았다.
남 본부장은 "사람마다 은퇴 이후엔 재산, 나이, 부양가족, 남은 수명 등 상황이 다 다르다"며 "그걸 전부 만족시킬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네다섯 개 페르소나로 나눠 각각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퇴자가 위험자산에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보면 결국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그 비용은 다음 세대가 떠안게 된다"며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상품 기획의 출발점은 철저히 고객이다. 남 본부장은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인지, 아니면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앞으로 꼭 필요할 상품인지"라며 "유행이 돈다고 해서 무조건 편승하기보다 운용 철학에 맞는 상품으로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토스 커뮤니티 등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니즈 데이터를 계속 보고 있다"며 "목소리 큰 사람이 아니라 근거를 가지고 판단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남 본부장은 투자자들을 향해 "결국 투자의 성패는 타이밍이 아니라 시간에 달려 있다"며 "지금 당장 수익을 쫓기보다 자신만의 원칙과 계획을 세우고 시장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투자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