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임재환] 판·검사, 변호사들이 어느 때보다 전화를 잘 받는 요즘

입력 2026-03-22 13:59:30 수정 2026-03-22 14: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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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환 사회부 기자

임재환 사회부 기자
임재환 사회부 기자

요즘 법조계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면 좀처럼 통화가 끝나지 않는다. 한번 연결되면 30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잦다. 수화기 너머로는 눌러 담아온 불만과 격앙된 기류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 이른바 우리 사회의 '엘리트'로 불리는 이들이 한목소리로 반발을 쏟아내는 모습은 예사롭지 않다.

이들의 격분은 여당과 정부가 '개혁'을 내세워 형사사법체계를 뒤흔들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현장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제도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면서 시스템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최근 시행된 재판소원제는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에도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다시 요청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실상 '4심제' 논란에 불을 지폈다. 확정 판결로 마무리됐어야 할 분쟁이 다시 이어지는 구조다. 피해자들은 끝난 줄 알았던 사건에 다시 끌려 나오며 가해자와의 접촉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법왜곡죄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판결이나 수사 과정에서 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법조인을 처벌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의도성'에 대한 명백한 해석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들 사이에선 '법관의 판결은 재량권인 만큼 의도를 파악하는 게 가당키나 하겠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앞으로 수사와 고발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판사를 수사한 경찰이나 검사 역시 '수사 과정에서 법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고소·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 제도가 시행된 지 2주가 채 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누적되면 기관 간 책임 공방과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행 12명에서 26명까지 늘리는 대법관 증원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대법관 1명당 7, 8명의 재판연구관이 추가로 필요해, 전체적으로 약 100명 안팎의 인력을 새로 확보해야 하는 구조다. 이들 상당수가 경력 13~18년 차 부장판사급에서 충원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1·2심 재판부 인력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여권과 정부는 검찰을 향해서도 칼을 빼 들었다. 지난 20일 검찰의 후신 격인 공소청 설치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검사들은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지휘권을 사실상 상실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권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인다.

지금까지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 수사에서 놓친 혐의를 보완해 왔다. 이는 단순한 권한을 넘어, 수사 과정의 빈틈을 메우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쯤 되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과연 위에 나열한 개혁들이 충분한 논의와 검증을 거쳤느냐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대법관 증원에 따른 사실심 약화를 보완하기 위해 법관 정원 확대를 검토해 봤는지, 보완수사 공백 속에 피해자 권리 구제 방안은 있는지 되묻게 된다.

방향과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는 개혁은 또 다른 혼란을 낳는다. 특히 사법제도는 한 번 균형이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이미 시작된 변화라면 이제는 부작용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서둘러 보완책을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한다.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따지지 않은 채 제도를 밀어붙인 책임이 가벼울 수 없는 만큼, 여당과 정부는 이미 드러난 균열을 메우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