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때 매도 담보대출 안해도 돼…주식 매도결제 T+2 시스템 바뀐다[매일뭐니머니]

입력 2026-03-19 10:29:21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재명 대통령 "주식 팔았는데 왜 돈은 모레 주냐" 문제 제기
T+1 결제주기 도입 급물살…투자→회수→재투자 사이클 단축
외국인 환전 처리 시차·증권사 예탁금 운용수익 감소 과제

ⓒ연합뉴스
ⓒ연합뉴스

"SK하이닉스 주식 팔았는데 계좌 확인하니까 출금 가능 금액이 0원이라고 뜨네요. 분명히 수익 났는데 돈은 어디 간 건가요?"

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지난주 보유하던 SK하이닉스 주식을 매도한 뒤 당황했습니다. 수익금으로 급한 병원비를 내려던 참이었는데 당장 돈을 쓸 수가 없었던 겁니다. 증권사 상담원에게 전화했더니 "2영업일 후에 출금 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전세자금 여유분으로 주식 투자했는데 급하게 괜찮은 매물이 나왔어요. 계약금 내려고 주식 팔았는데 돈이 당장 안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매도담보대출 받아서 이자 내가며 급전 떼웠습니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이모(38)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주식을 팔았는데도 2영업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결국 증권사에서 매도담보대출을 받아 연 10% 가까운 이자를 부담하며 이틀간 급전을 마련했습니다.

이런 불편함이 이제 사라질 전망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식 매도 후 하루 만에 대금을 받을 수 있는 'T+1' 결제주기 도입이 급물살을 타게 됐기 때문입니다.

◆李 "주식 팔았는데 왜 돈은 모레 주냐"…미국·인도는 이미 'T+1'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현행 'T+2' 결제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주식은 오늘 팔았는데 왜 돈은 모레 주냐"며 "왜 그렇게 하는지 누가 설명해달라. 필요하면 조정하는 등 의제로 검토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T+2' 결제주기는 주식 매매일로부터 2영업일 후에 증권과 대금이 결제되는 시스템입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도 그 돈을 당장 출금할 수 없고 2영업일 후, 즉 3거래일 날 주식 대금이 들어옵니다. 마찬가지로 주식을 살 때도 증거금만 먼저 납부한 뒤 2거래일 후까지 대금을 납부하면 정상적으로 주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T'는 거래일(Trade)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주식을 매도했다면 수요일에 자금을 인출할 수 있지만 금요일에 거래했다면 주말이 제외돼 다음 주 화요일이 돼야 현금화가 가능합니다. 여기에 명절 연휴까지 겹치면 일정은 더 밀리게 됩니다.

매매와 결제 간 시차는 거래 안정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장치입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거래소, 예탁결제원 등이 개입해 누가 얼마를 거래했는지, 거래 당사자 간 합의대로 거래가 체결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또 대규모 거래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모든 거래를 개별적으로 즉시 결제하지 않고 집계·정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해외 선진 시장에서 결제주기 단축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도 지난해부터 결제주기 단축을 논의 테이블로 끌어왔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기존 'T+2'에서 'T+1'로 하루 단축했습니다. 인도도 2022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T+1' 결제주기를 채택했습니다. 유럽은 2027년 10월부터 'T+1'로의 단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국제적 동향을 잘 파악해 절대 늦지 않고, 오히려 선제적으로 청산·결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겠다"며 "블록체인 기술에 의한 거래가 이뤄지면 청산결제 과정이 없어지고 즉시 지급이 이뤄지는 식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매도담보대출 이자 부담 사라진다…외국인 불편·증권사 비용 부담은 과제

결제주기가 단축되면 투자자 입장에서 자금과 증권을 더 빨리 받아 가격 변동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 결제 불이행 리스크가 완화되고 증거금 부담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시장 전체적으로 투자→회수→재투자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회전율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앞서 사례처럼 급전이 필요한 투자자들이 매도담보대출을 받으며 이자를 부담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현재 매도담보대출의 이자율은 연 8%가 넘는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이틀치 이자라고 해도 거액을 거래하는 투자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증권사는 이미 매도자금을 당일 인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상상인증권은 2024년부터 별도 수수료 없이 주식 매도자금을 당일 인출할 수 있는 '매도 바로받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해 증권사가 이자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브로커리지 시장 점유율이 낮은 소형 증권사이기에 가능했다는 평가입니다.

물론 신중론도 있습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주문하면 매매 체결 후 필요한 대금이 한화로 확정된 뒤에 환전 지시가 이뤄지고 매매 확인, 결제 지시 등이 시차가 있는 상태에서 진행됩니다. 이 과정이 앞당겨지면 해외 중간결제 부서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제주기 단축을 위해 증권사를 포함해 예탁결제원, 한국거래소 등 증권시장 전반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것도 어려운 지점입니다.

증권사들의 예탁금 운용 수익 감소도 예상됩니다. 증권사들은 고객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단기 금융상품 등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얻는데, 결제 기간이 하루 짧아지면 그만큼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기간도 줄어듭니다. 특히 리테일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2022년 1월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예탁금 운용수익이 8731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발생한 순이익의 3분의 1을 넘는 규모입니다.

이런 사정 속에서도 현행 주식 결제 시스템에 이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제 결제주기 단축 추진이 급물살을 타는 모습인데요.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았는데 돈을 바로 못 받는 불편함이 사라지는 날이 머지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