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 실패, 지역에 떠 넘길 일 아니다.
보수의 굽은 소나무를 자르는 공천은 혁신이 아냐
영화 '라디오스타'의 주인공 최곤(박중훈)은 왕년의 가수왕 타이틀에 갇혀 사는 인물이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에 매달려, 오늘을 그르치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수 옆을 지키는 매니저 박민수(고 안성기)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한다.
가금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를 보고 있자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집에서 여전히 '가수왕' 대접을 바라는 철 지난 스타의 오만이 겹친다.
물론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보수의 '굽은 소나무' 같은 존재다. 험지에서 풍파를 견디며 당을 지켜온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사퇴를 번복하며 복귀하는 모습에서는 기시감이 든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은 이미 여러 차례 봐온 장면이다. 혁신을 말하지만, 방식은 낡았다.
지금 필요한 재료는 윽박지르는 공관위가 아니라 이준석 국회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등 보수의 가용 자산을 모두 아우르는 '빅 텐트'다. 그래야 혁신의 불꽃이라도 피워볼 수 있다. 서울, 경기, 부산 등 대구경북 빼고는 후보를 찾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 아닌가.
이런 판국에 TK 다선 컷오프, 현역 단체장의 힘 빼기를 자의적으로 판단, 강요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처방이다.
"기득권만 없앤다고 혁신 공천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적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기반이 약한 곳에서 인위적 기준만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할 뿐이다. 비빌 언덕이 없는데 소는 누가 키우나.
더 큰 문제는 '고무줄 잣대'다.
부산시장 공천 방식은 바뀌고, 서울시장 후보 신청 기회는 여러 차례 주면서도 유독 TK 단체장에 대해서만 '혁신 공천'을 강조하는 모습은 형평성을 의심케 한다. 결국 보수의 굽은 소나무인 대구경북이 책임 전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TK는 죄인 아닌 죄인이 된다. 죄가 있다면 보수를 일편단심 짝사랑한 잘못밖에 없다. 정작 표 까먹고 민심 잃어버린 책임은 중앙 정치에 있는데, 그 부담을 현장에 떠넘기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가 정치를 잘못해 선거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최소한의 자성도 없이 현장을 향해 칼을 드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었다. 묵묵히 지역을 지켜온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일이 아니다.
특히 시장과 군수(지방 단체장)는 더더욱 죄가 없다.
국민의힘 지방·광역 단체장들은 중앙 정치의 실패 속에서도 지역 민심을 아우르며 보수의 조직과 여론을 유지해 온 주체들이다.
꽃가마는 태워주지 못할망정 '홀대'를 해서는 안 된다.
충북지사 출마 의사를 밝혔던 조길형 전 충주시장이 "내가 사랑하던 당이 아니다"라며 공천 신청을 철회한 일은 상징적이다.
대구시장 국힘 후보군에서도 반발이 이어지는 등 공천 관련, 내홍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공천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표출, 민심이 떠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영화에서 가수는 결국 자신의 오만을 내려놓고 재기에 성공한다. 곁에서 끝까지 그를 지탱해 준 굽은 소나무(매니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관위가 이제라도 깨달아야 할 진실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장을 지키며 민심을 쌓으며 매니저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시장·군수가 있었기에 그나마 지금의 보수가 가능하다.
굽은 소나무를 잘라내는 게 혁신과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 시장·군수는 죄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