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강민구] 아 대부(阿大夫)를 삶다

입력 2026-03-1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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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시가집(詩歌集)인 「시경」 '석서(碩鼠)' 편에는 농민의 절규가 담겨 있으니, "큰 쥐야 큰 쥐야, 내 기장을 먹지 말지어다. 삼 년이나 서로 알고 지냈거늘, 나를 돌봐주지 않을진댄, 너를 버리고 떠나서, 저 즐거운 땅으로 가버리련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큰 쥐'라는 의미의 '석서'는 탐관오리를 비유한다.

조선의 왕이 조정 회의에서 신료에게 "우리가 '석서'를 강독할 때 '석서의 폐단'이 없게 하라고 하교한 일을 기억하는가?"라고 확인한 기록을 볼 수 있으니, 조선의 왕과 신하들은 이 시를 반복하여 학습하며 탐관오리 척결에 노력하였다.

이수광은 부패한 관리를 세 종류의 해충과 맹수에 비유하며 통렬히 비판하였다. 관료의 부패가 금전적 비리를 넘어 무능과 오만까지 포괄하는 개념임을 시사한다. 첫째는 황충(蝗蟲: 풀무치)이니, 용렬하고 둔하여,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녹봉만 축내는 자들이라고 하였다. 이는 복지부동과 철밥통 뒤에 숨어 변화를 거부하는 무사안일형 관료에 해당한다. 둘째는 두충(蠧蟲: 좀벌레)이니, 탐욕스럽고 추잡하여 뇌물을 받아먹는 자들이라고 하였다. 이는 공공의 자산을 교묘히 빼돌리는 부패형 관료의 전형이다. 셋째는 대충(大蟲: 범)이니, 국정을 제멋대로 주무르고 위세를 세워 사람을 죽여서 먹는 자들이라고 하였다. 이는 법을 무기 삼아 권력을 남용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형 관료에 해당한다.

관료의 부패를 척결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평판(評判)'이라는 가면을 벗겨 내는 일이다. 전국시대 제나라 위왕(威王)이 즉묵(卽墨)의 대부를 불러 "그대가 즉묵을 다스리면서부터 그대를 헐뜯는 말이 날마다 들려왔다. 그러나 조사해 보니, 토지가 개간되었고 백성의 생활은 넉넉했으며 관청에는 적체된 일이 없었고 전역이 평안하였으니, 그대를 헐뜯는 말이 들린 이유는 그대가 나의 측근을 섬겨서 칭찬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크게 포상했다. 그리고 아(阿)의 대부를 불러 "그대가 아를 다스리면서부터 그대를 칭찬하는 말이 날마다 들렸다. 그러나 조사해 보니, 토지는 개간되지 않았고 백성들은 빈곤하였으니, 그대를 칭찬하는 말이 들린 이유는 그대가 나의 측근에게 후한 뇌물을 바쳐 칭찬을 구했기 때문이다"라며 아 대부와 그를 칭찬했던 측근을 모두 삶아 죽였다. 여기에서 '아 대부를 삶아 죽이다'라는 의미의 '팽아(烹阿)'라는 말이 생겼으니, 탐관을 극형에 처하는 것을 이른다. 제 위왕의 '팽아'는 여론 조작과 카르텔의 공고함을 꿰뚫어 본 단호한 처결이었다.

오늘날의 공직 사회는 과거보다 투명해졌지만, 부패의 양상은 더욱 교묘해졌다. 금품 수수를 넘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퇴직 후 전관예우를 통한 유착, 교묘히 법망을 피하는 이권 카르텔 등이 현대판 '석서'와 '황충·두충·대충'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평판 대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실제 지표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데이터 기반 상시 감찰 체계를 구축하여, 실체적 진실에 근거한 평가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부패의 징후를 가장 잘 아는 내부 구성원이 안심하고 제보할 수 있도록 내부 고발자 보호 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부패로 얻은 이익보다 잃는 것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 현대적 의미의 '팽아'는 공직 사회에서의 영구 퇴출과 철저한 징벌적 환수로 치환될 것이다.

강민구 경북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