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석화] 표류하는 TK의 미래, '일괄 사퇴'라는 뼈 깎는 결단이 필요하다

입력 2026-03-16 17:3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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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화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총회 의장)

이석화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총회 의장)
이석화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총회 의장)

대구·경북(TK)의 심장이 서서히 멈춰 서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역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의 사활이 걸린 TK 행정통합 특별법은 국회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으며, 지역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신공항 사업은 '국비 0원'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든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의 교통망은 거미줄처럼 뻗어나가며 자원을 흡수하고 있고,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국가적 지원 아래 수천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며 순항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역민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소외감을 넘어 정치권을 향한 깊은 회의감과 분노로 번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위기의 본질은 단순히 정책의 성패나 예산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을 대변해야 할 정치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정치의 실종'에서 기인한다.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각자의 정치적 셈법과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이해관계의 충돌은 단일 대오를 형성하지 못한 채 협상력을 분산시켰다. 낮에는 통합과 발전을 외치면서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몸을 사렸던 무기력함이 지금의 TK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무기력함은 단지 지역의 쇠락으로 끝나지 않는다. TK는 명실상부한 보수 정당의 심장부이자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안정감에 안주하여 치열함과 전략을 잃어버린 지역 정치인들의 모습은 결국 국민의힘 전체를 향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대구시장 선거를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 다섯 명이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도, 정작 누구 하나 먼저 국회의원직을 내려놓는 용단을 내리지 않는 모습은 지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시장 후보로 공천받지 못하면 국회의원직이라도 유지하겠다는 철저한 '개인적 보신'에 불과하다.

진정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역량이 있고, 향후 보수 정치의 진정한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가 있다면, 자신의 기득권인 국회의원직부터 사퇴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배수진을 치고 지역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던지는 모습이야말로 시민들이 바라는 지도자의 자세이며, 그러한 명예로운 선택만이 정치 여정의 미래를 보장하는 확실한 자산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열세로 몰린 상황에서 과연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으로 보수의 정통성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국민은 여전히 이 당을 보수의 대표 정당으로 신뢰하고 지지해 줄 것인지에 대해 냉정하고 가혹한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이제는 임시방편적인 대책이나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보수의 근본적인 재건을 위해 스스로를 던지는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하다. 이에 TK 국회의원들께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과 지역민 앞에 진정한 재신임을 묻는 용기 있는 결단을 제안하고자 한다. 모든 의원이 일괄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보궐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엄중한 재평가를 받는 길을 택해야 한다. 이러한 '극약처방'이야말로 죽어가는 보수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유일한 동력이 될 수 있다.

정치적 책임은 말로 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모든 기득권을 던지고 백의종군의 자세로 시민의 평가를 다시 받는 모습이야말로, 표류하는 TK를 살리고 벼랑 끝에 선 보수 정당을 재건하는 가장 확실한 힘이 될 수 있다. 지역의 미래를 갉아먹는 무기력한 정치를 끝내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TK 정치권의 숭고한 결자해지를 간곡히 제안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