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청년 일자리의 첫 계단을 흔들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6년 1월 청년 취업자는 전년 같은 달보다 17만 5천 명 줄었고, 청년 고용률은 43.6%로 2024년 5월 이후 21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경기 둔화, 글로벌 테크 업종의 투자 위축, 고금리 장기화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하고 있겠지만, 심상치 않은 구조적 신호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직종별 고용 통계를 보면, 20대 초반 청년 개발자 고용은 최근 2년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 반면, 30대 이상 숙련 개발자 고용은 안정적이거나 소폭 증가했다. OECD·WEF 등 국제기구는 회계·법무·컨설팅·소프트웨어 개발 등 이른바 'AI 고(高)노출 직무'에서 단순·반복적인 초급 업무가 먼저 자동화될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다.
이 두 흐름은 공통의 원인을 가리킨다. AI가 숙련자의 '보완재'로 기능하는 반면, 신입의 '대체재'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연공 편향적 고용 재편'이라 부를 수 있다. '직무 분리' 이론에 따르면, 자동화는 직무 전체를 대체하기보다 직무 내의 특정 단계를 먼저 흡수한다. 신입이 수행하던 초급 단계가 먼저 흡수될 때, 기업의 채용 수요는 줄지만 숙련자의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진다. 이는 기술 전환기에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패턴이다.
일자리 통계의 단기 변동보다 더 심각한 것은 장기 경로 효과다. 노동경제학은 경기침체기나 구조 전환기에 입직이 지연된 세대가 경기 회복 이후에도 임금과 승진 속도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현상을 '초기 경력 충격'이라 개념화한다. 첫 단추가 꿰어지지 않으면 이후의 단추를 맞추기가 훨씬 어렵다는 의미다.
AI 전환기의 청년 고용 절벽이 이 충격으로 이어진다면, 현재 청년세대는 단지 취업이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애 전체의 소득 곡선과 경력 곡선이 낮아지는 구조적 불이익을 안게 된다.
현재 정부의 청년고용 대책은 구직활동 장려금, 직업훈련 확대, 취업 매칭 서비스 등 공급 측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청년의 의욕이나 역량 부족이 아니라, 첫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수요가 마른 시장에서 공급만 늘리는 것은 물이 없는 강에 배를 띄우라는 격이다.
그렇다고 AI 도입을 억제하면 생산성 경쟁에서 뒤처지고, 결국 더 많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중요한 것은 혁신의 속도가 아니라 그 충격을 흡수할 제도의 설계다. KDI는 AI 확산이 과도한 자동화와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질 위험을 경고하며, 사회안전망 강화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다만 '유연성'이 언제나 해고 용이화로 오해되는 현실에서, 진정한 유연성은 해고의 편의가 아니라 진입 기회의 다양성—단기 프로젝트 채용, 직무 기반 수습 경로, 공공-민간 연계 수련제 등—에서 찾아야 한다.
AI 도입 기업에 대한 청년 신규 채용 유지 인센티브를 제도화하고, 직업훈련 체계를 '경력 미보유자 우선' 원칙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AI 고용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여 분기별로 업종·연령·직무 수준별 고용 변동을 AI 노출도와 교차 분석하여 공개하고, 특정 임계치에 도달하면 집중 지원 프로그램이 자동 발동되는 정책 트리거 연계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또 AI가 창출하는 신규 직무를 공식 직무로 새롭게 정의하고, 청년이 먼저 진입할 수 있도록 교육과 채용 체계를 선제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시각을 바꿀 때다. 신입 채용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바라보지 않으면, 3~5년 후 기업은 후속 인재 풀을 잃게 된다. 숙련자 중심으로 기술의 이익이 집중되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역량 격차와 소득 격차는 장기 고착화되고 '디지털 불평등'이 '세대 불평등'으로 번진다. 정부는 제도를 설계하고, 기업은 채용의 문을 열고, 사회는 그 첫걸음을 함께 받쳐야 한다. 청년이 AI 시대에 공정하게 설 수 있는 첫 계단을 놓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