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전쟁은 초단 기간에 승패가 갈리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미군이 최근 수행한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에서, 작전 개시 첫 100시간 만에 2,000여 개 군사 목표가 타격되고 군함 30여 척이 격침됐다. 위성과 정찰 자산,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휘체계, 정밀 유도무기가 한 몸처럼 작동한 결과다. 위성과 드론, 레이더 등 다양한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목표를 식별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미사일과 드론, 전투기가 거의 동시에 정밀 타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소요 시간은 몇 분 수준이다.
그러나 화려한 연출 뒤에는 냉혹한 계산서가 붙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첫 100시간 동안 비용이 37억 달러(5조 4,79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정밀유도미사일과 방공요격탄 등 첨단 탄약 비용만 31억 달러(4조 5,762억 원) 수준이다. 불과 며칠 사이 수조 원이 사라지는 전장이 된 것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먼저 바닥나는 것은 병력이 아니라 예산이다. 미국이 단기전을 선호하고, 압도적 군사력을 짧은 기간에 집중해 전쟁의 흐름을 결정짓는 이유다. 1991년 걸프전의 대규모 공습 전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이러한 환경에서 가장 주목받는 존재는 작은 무인기, 드론이다.
값비싼 전투기와 헬기만이 하늘을 지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드론은 정찰과 공격 임무에서 예상보다 훨씬 큰 역할을 하며 전쟁 양식을 바꾸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손실 부담도 적기 때문이다. 수천만 원짜리 드론이 수십억 원짜리 장비를 위협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싸고 많이'라는 새로운 계산법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미래 전장의 하늘을 드론이 일방적으로 지배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드론은 전파·GPS 교란에 취약하고, 탑재 중량과 기상 조건의 제약이 크다. 복잡한 전장 상황에서 인간 조종사처럼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도 아직 쉽지 않다. 반대로 헬기는 기체 가격이 높고 격추될 경우 인명과 장비 손실이 막대하며, 저고도로 접근해야 하는 임무 특성상 대공무기와 드론 공격에 취약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헬기가 갖는 강점은 분명하다. 병력과 장비를 빠르게 이동시키고, 부상자를 후송하며, 지휘관이 탑승해 이동 지휘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산악과 도시가 뒤섞인 복잡한 지형에서 숙련된 조종사의 판단과 기술은 여전히 전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요소다.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직접 판단하면서 유연하게 기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이 헬기의 강점이다.
결국 쟁점은 "드론이냐, 헬기냐"의 선택이 아니다. 미래 전장에서는 두 수단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어야 한다. 드론이 먼저 전장에 들어가 적의 위치와 위협을 탐지하고, 필요하면 선제공격을 수행해 통로를 연다. 그 뒤를 헬기가 따라가 병력과 장비를 투입하고, 부상자를 후송하며, 지휘관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면서 작전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한반도 작전환경에서는 이러한 결합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는 서해와 동해의 해상 지역, 대도시와 접경 지역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 전장이다. 서해·동해 상공에서의 해상 감시·탐색구조 임무, DMZ 인근 정찰, 독도와 같은 상징적 영토의 긴급 수송과 구조 임무는 드론과 헬기의 장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분야다.
한국군이 드론·헬기·지상전력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는 교리와 운용 체계를 얼마나 준비했는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통합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값싼 드론 몇 대를 가진 상대에게도 전략적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현대전은 점점 더 빠르고 정밀해질수록 막대한 비용을 요구한다. 제한된 자원 속에서 다양한 전력을 얼마나 지능적으로 결합하고 운용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 전장의 하늘을 지배하는 것은 특정 플랫폼이 아니다. 값싼 드론이든 고가의 헬기든, 두 수단을 어떻게 결합하고 운용하느냐를 아는 국가가 결국 하늘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하대성 전 육군헬기부대 대장, 정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