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가 공연시장 좌우한다] 뮤지컬 전용극장·대형 아레나 타고 성장하는 부산·인천…대구는 제자리

입력 2026-03-15 12: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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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공연 건수 비수도권 최다, 매출은 전년과 유사
부산, 티켓파워 1.8배…뮤지컬·클래식 대형공연 유치
드림씨어터, 부산 도시재생 사업 계기 상업지구 공동화 해소
콘서트홀까지 문 열면서 2022년부터 대구 공연 매출 추월
인천도 1만5천석 아레나 개관 후 대구 매출 2.3배 기록
지역 문화계 "기반 탄탄한 창작생태계에 대형 인프라 필수"

대구콘서트하우스 전경
대구콘서트하우스 전경

지난해 국내 전체 공연시장은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한 가운데 지방 공연시장은 희비가 엇갈렸다. 대구 공연시장이 수 년째 정체 현상을 보이는 동안 비수도권 양대 시장으로 꼽히던 부산과 광역시라는 공통점을 지닌 인천은 대형 공연 인프라를 발판으로 2, 3년새 시장 규모를 빠르게 키우며 대구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대형 인프라가 견인한 부산·인천 공연시장

비수도권 공연시장의 경쟁력은 이제 단순한 공연 건수보다 어떤 인프라를 갖췄는지에서 갈리고 있다. 부산은 드림씨어터와 부산콘서트홀을 기반으로 대형 공연을 끌어들였고, 인천은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앞세워 대규모 콘서트와 해외 관객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반면 대구는 공연 건수에 비해 시장 규모 확대를 견인할 새로운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부산 드림씨어터 투시도
부산 드림씨어터 투시도

2019년 부산국제금융센터 3층에 문을 연 부산 드림씨어터는 모두 1천727석 규모(1층 1천46석·2층 402석·3층 279석)를 자랑한다. 상설 좌석 기준 국내 최대의 뮤지컬 전용 극장이다. 개관 때부터 '라이온킹',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굵직한 작품들의 장기 공연을 유치해왔고 지난해에는 '알라딘'과 '위키드'를 선보이며 다른 지역 관람객들까지 유입시켰다. 특히 '알라딘-부산'은 지난해 뮤지컬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곳의 건립은 공연 매니지먼트 회사인 클립서비스의 설도권 대표가 추진했다. 준비 당시 대구도 후보지에 올랐으나, 2014년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일대 도시재생 사업과 맞물리며 본격화됐다. 비즈니스지구인 만큼 주말과 휴일에는 사람이 없는 공동화 현상을 뮤지컬과 같은 문화예술·관광으로 채우겠다는 것. 부산시는 장소만 내주고, 은행 한 곳이 대출해주면서 개관을 이뤄냈다. 그는 '캣츠'와 '위키드'로 대구 뮤지컬 팬덤이 확대된 것처럼 부산·경남·울산을 아우르는 잠재 관객층에 주목해 부산 공연시장의 확대의 계기가 됐다.

부산콘서트홀 전경
부산콘서트홀 전경

지난해 6월 개관한 부산콘서트홀은 부산 최초의 클래식 홀로, 초대 예술감독으로 정명훈을 선임해 화제가 됐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 대공연장 2천11석과 소공연장 400석을 갖췄으며, 규모로 따지면 대구콘서트하우스의 2배에 달한다. 부산시 산하 사업소인 클래식부산이 운영을 맡고 있다. 클래식부산은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도 관장할 예정이다.

대형 클래식 공연을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면서 티켓 가격이 높은 공연 비중도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의 평균 클래식 공연 티켓 가격은 대구보다 1만1천643원 높게 나타났다.

인천 영종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 전경

같은 광역시권인 인천 역시 대형 공연 인프라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2023년 말 영종도에 개관한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1만5천 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으로 K팝 콘서트와 글로벌 투어 공연을 유치하며 공연시장 확대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은 아레나 개관 이후 2024년부터 대구의 공연 티켓 판매액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대구보다 약 2.3배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격차 갈수록 커져…"창작 생태계 뒷받침할 인프라를"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5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전체 공연 티켓 예매수와 판매액은 각각 102만9천402매, 566억1천64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 0.08% 근소하게 오른 수치다. 공연 건수는 1천422건으로 비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공연이 이뤄졌다.

비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공연이 열리는 부산(1천381건)과 대구를 비교하면 티켓예매수 차이에 비해 판매액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부산은 티켓 판매액 1천17억215만2천원을 올리며 대구보다 1.8배가량 높은 티켓 파워를 자랑했다. 대구와 부산은 2021년까지는 티켓 예매수와 판매액이 비슷한 규모를 보였지만, 2022년부터 티켓 예매수와 판매액 모두 부산이 추월하면서 격차를 점차 벌려갔다.

2025년 공연시장 지역별 티켓예매수/판매액 현황 (단위: 매/천 원)
2025년 공연시장 지역별 티켓예매수/판매액 현황 (단위: 매/천 원)

장르별로 살펴보면 연극은 대구(166건, 21억8천만원)가 부산(185건, 21억6천만원)을 소폭 앞서며 유일하게 비수도권 1위를 지켰다. 대명공연거리를 중심으로 축적된 대구의 연극 인프라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뮤지컬은 지난해 대구(213건)가 약 127억원의 판매액을 올린데 반해 부산(199건)은 304억원의 판매액을 올리며 60%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클래식 역시 대구가 667건으로 비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공연을 올렸으나, 티켓판매액은 약 33억원으로 부산(561건·약 58억원)에 뒤처졌다.

국악(57건, 0.8억원), 무용(52건, 10억원), 대중음악(163건, 363억원)의 티켓판매액도 부산에게 비수도권 1위 자리를 내줬다.

대구시향 제522회 정기연주회 모습.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대구시향 제522회 정기연주회 모습.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박사는 "대구는 클래식,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 창작 인력 발굴 구조가 탄탄하게 형성돼 있어 큰 하드웨어만 있는 다른 지역보다 경쟁 우위가 있다"며 "이러한 부가가치를 공연장이라는 무대를 통해 현실화하고 산업 구조의 선순환을 위해선 대형 인프라가 꼭 필요하다.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위해 국립뮤지컬콤플렉스와 같은 문화예술허브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짚었다.

지역 인적 자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 구축도 강조됐다.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는 "공연 규모나 격차가 벌어지는 데에는 줄어든 문화예술분야 지원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시장의 부재, 지원금 삭감 등으로 지역 창작자나 배우들이 타격을 입었다. 지원 장르의 경우에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라며 "대구에는 좋은 인적 자원이 많은데 최근 인력 유출이 많은 상황이다. 단순히 인프라 조성에 그치지 않고 지역 창작자, 스태프, 배우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