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한윤조] 촉법 소년

입력 2026-02-2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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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조 논설위원
한윤조 논설위원

지난달 27일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국회가 너무 느려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대미투자법 등 여러 가지 민생 법안이 연루된 배경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당장 '촉법소년'(觸法少年) 문제 하나만 놓고 봐도 우리 국회의 의제 공론화와 입법(立法) 속도가 얼마나 느린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2일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의제화를 지시한 데 이어 두 달 만인 24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다시 한번 촉법소년 연령을 최소한 한 살 정도 낮춰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는 부처 간 이견 조율과 국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두 달 안에 결론을 낼 방침이다.

형법이 제정된 1953년에 함께 마련된 촉법소년 제도는 범행 시점의 나이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지칭하는 말이다. 현행범이라도 촉법소년을 체포하는 것은 불법으로, 보호처분을 통해 최대 2년까지 소년원에 있게 할 수 있는 등 형량(刑量)도 성인범보다 가볍다. 범죄 기록도 남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우리보다 나이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사례가 꽤 있다. 영국·싱가포르는 10세, 캐나다·네덜란드·중국은 12세, 프랑스는 13세 미만이며, 스웨덴은 현재 15세인 기준을 13세로 하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촉법소년'이 문제가 된 것이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다. SNS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어릴 때부터 범죄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학교폭력의 양상이 성인 범죄 못지않게 무시무시한 수준으로 치달았고, 딥페이크 등 신종 사이버 범죄, 마약 거래 운반책, 살인·강간 등의 중범죄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다 "나 촉법"을 외치며 경찰을 조롱하는 사건도 많다. 특히 일명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들이 스쿨존을 지나는 차량에 접근해 운전자를 당황케 하는 놀이까지 유행한 바 있다.

어린이의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부주의라고 보기엔 워낙 범죄의 정도가 중해 국민의 법 감정 수준을 넘어서는 사례가 흔히 보도되면서 국회에는 관련 법 개정안이 여러 건 계류 중이지만 몇 년째 제대로 논의를 거친 적이 없다. 지금이라도 각계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국회가 입법에 속도를 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