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의 연극 칼럼] '대한민국 대학연극제'는 4년제 대학을 위한 연극축제인가

입력 2026-05-27 10:11:00 수정 2026-05-27 11: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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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전국 대학연극·연기·뮤지컬·공연예술 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약 77개교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전문대학은 약 23개교 수준으로 전체의 30% 안팎을 차지한다. 대학생 연극경연대회는 전공 학생들에게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공연무대를 통해 개인의 역량과 학과, 대학의 교육 성과를 확인받는 공개 검증을 할 수 있는 축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국 관련 대학들의 관심도 높다. 전통 있는 대학 연극축제로는 밀양연극축제 대학극전, 거창 세계대학연극제, 딤프 대학생뮤지컬 페스티벌 등이 있고, 비 경연 방식의 전국최대 대학축제는 젊은 연극제다. 올해 젊은 연극제에는 51개 대학이 참여한다. 젊은 연극제가 비 경연 방식을 유지하는 배경은 이렇다. 대학 간 서열화를 막고, 전공 학생 중심의 축제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경연 구조가 강화될수록 지도교수의 개입은 커지고 학생 자율 창작은 약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용인 특례 시가 주최하고 용인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대학연극제는 의미가 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대학생 연극축제를 지속해서 유치하고, 체류형 프로그램과 네트워킹을 결합해 대학생 교류 중심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상금 규모도 올해 1억1600만 원까지 확대됐다. 대학생 축제로서는 이례적이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대한민국 대학연극제는 1회 12개 본선 팀 가운데 전문대학 3개교, 2회 12개교 중 1개교, 3회 14개교 중 2개교가 본선에 올랐다. 특정 대학의 3회 연속 본선 진출도 눈에 띈다. 물론 전국 설치학과 자체가 4년제 비율이 높아 본선 진출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은 가능하다. 그러나 전문대학의 본선 진출 비율은 현저히 낮다.

공모 신청 과정에서 재현공연은 기존 공연 영상, 초연작은 연습 영상을 제출하게 되어 있다. 공연 영상이 존재하는 대학극 재연작은 무대 구현 가능성과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지만, 초연작은 가능성만 평가받는다. 결국, 실험성과 아이디어보다 이미 검증된 작품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학은 극단이 아니다. 대학 공연은 교육 과정 안에서 생산되는 창작물이다.

그런데 경연을 의식해 안정적인 재연공연 중심으로 작품개발이 이루어지고, 대학이 총력을 동원해 별도의 축제용 작품을 준비한다면 과연 대학연극의 본래 취지와 맞는가. 또한, 영상과 작품 개요만으로 대학생들의 실험성, 발전 가능성, 창작 역량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가. 심의위원 전문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한된 자료를 통한 심사는 특정 대학의 이미지가 무의식적으로 개입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일부 경연 연극제는 불공정 논란을 의식해 대학명을 가린 블라인드로 채점한다. 2차 때는 무대형상화에 대한 연출 PPT, 작품개발의 의도, 혹은, 전공 대학생다운 참신한 쇼케이스방식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다시 질문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 대학연극제는 전국 대학생을 위한 축제인가. 아니면 결과적으로 4년제 중심 대학들이 반복적으로 유리한 구조인가. 용인 특례 시와 용인문화재단이 대학생 연극문화를 위해 투자하고 축제를 지속하는 노력은 박수받아야 한다.

그러나 전국 대표 대학축제를 지향한다면 이제는 본선 확대와 상금 규모보다 공정성과 선정 기준에 대한 신뢰 확보가 먼저다. 전문대학과 지역 대학의 참여 기회는 충분한지, 심사 방식은 교육적 가치와 창작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담보하고 있는지, 결과 중심 평가가 학생들의 성장 경험과 실험 정신을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대학연극제는 우승 대학을 가리는 자리가 아니라 미래 연극인을 키우고 창작 역량을 확대할 수 있는 공공 플랫폼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상금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기준과 선정 방식이다. 이번 대한민국 대학연극제 본선 진출 대학 구성을 보면, 이 축제를 통해 가능성과 희망을 기대했던 전공 학생들이 결과적으로 형성되는 대학 서열화의 인식과 반복된 선정 구조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김건표 대경대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