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 세대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대 여성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불이 난 집은 자녀의 학업을 위해 닷새 전 이사 온 가구로 안타까움을 더했다.
24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8분쯤 은마아파트 한 동 8층에서 불이 났다. 전체 14층 가운데 중간층에서 시작된 불은 내부를 빠르게 태웠다. 이 화재로 10대 여성 1명이 숨졌다.
같은 집에 있던 40대 어머니는 얼굴에 화상을 입었고, 또 다른 10대 여성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위층에 거주하던 50대 여성 1명도 연기를 마셔 구조됐다. 부상자들은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학생의 가족들은 양천구에 살다 지난 19일 숨진 학생의 고교 입학을 앞두고 이 아파트로 이사를 온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학생의 큰아버지 A(61)씨는 한국일보를 통해 "동생 가족이 세를 얻어 5일 전 이사한 것으로 안다"며 "첫째 조카(사망자)가 공부를 곧잘 해서 의대 진학을 지원해 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첫째 조카 본인이 119 신고를 했다고 들었다"며 "베란다 쪽으로 피했다가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아버지는 새벽 일찍 출근해 집에는 세 모녀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와 둘째 딸은 거센 불길로 인해 큰딸을 구조하지 못한 채 대피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층에 사는 40대 주민은 "오전 6시쯤 밖에서 '불이 났다'는 소리가 들려 119에 신고한 후 1층으로 대피했다"며 "윗집 모녀가 잠옷 바람으로 내려와 소방관에게 '아이 하나가 못 나왔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주민의 10대 딸도 "얼굴에 재가 많이 묻은 어머니와 딸을 봤다"며 "딸이 소방관에게 '언니가 아직 안 나왔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
불이 나자 주민 70여 명이 스스로 대피했다. 같은 동 위층에 사는 40대 여성은 "오전 6시쯤 화재 경보가 울려 아이를 깨워 함께 대피했다"며 "밖에서 보니 불길이 넘실거렸고, 망치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고 말했다. 맞은편 동 주민은 "중간에 유리창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고 전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오전 6시 48분쯤 불길을 잡은 뒤 화재 발생 1시간여 만인 7시 36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JTBC가 확보한 영상에는 화재 당시 소방차와 구급차가 이중주차된 차량들로 인해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 담겼다. 한 주민은 "저희는 바로 차를 뺐는데, 다른 분들이 연락이 안 돼 차를 못 빼는 상황이라 직접 차를 밀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올해로 47년이 된 노후 단지다. 1990년 소방법 개정으로 아파트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으나, 해당 단지는 건축 시점상 설치 대상이 아니어서 스프링클러가 없는 상태다.
재건축은 1990년대 말부터 추진됐지만 안전진단 문제와 조합 내 갈등 등으로 장기간 지연돼 왔다. 지난해 9월 정비계획안이 확정됐고, 2030년 재건축이 예정돼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