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이야기(-2)
지난해 12월 말쯤 "하이브가 뉴진스 멤버 다니엘을 내쫓는다"는 취지의 기사를 썼다. 그 기사를 보고 여럿이 연락을 해 왔다. "기사 톤이 완전 민희진에게 도움되는 것 같던데 이상한 사람 편을 왜 드냐" 같은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연락해 온 사람들은 대부분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도 하이브의 언론 플레이에 놀아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왜냐면 딱 한 가지 사실만 알아도 하이브가 하고 있는 모든 언론 플레이가 헛소리라는 게 증명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의 시작은 2024년 4월22일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 어도어 대표 민희진의 어도어 경영권 탈취 정황이 드러났다"며 내부 감사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그 직후 벌어진 하이브의 언론 플레이는 굉장했다. 감사 과정에서 취득된 민희진의 카카오톡은 만천하에 공개됐다. "너 민주당 왜 뽑았어. 뽑을 당이 없으면 투표하지 말아야지"라는 내용부터 "무당 경영"이라는 자극적인 문장과 단어가 온 언론을 도배했다.
이른바 '악마화'가 이뤄진 것이었다. 누군가를 끌어내릴 땐 악마화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 일단 악마화가 되면 "쟤는 원래 이상한 사람이니까 이상한 짓을 했을 거야"라는 손쉬운 인식을 대중에게 심을 수 있다. 더군다나 연예계 언론사를 휘어 잡고 있는 하이브 입장에서는 어렵지 않은 총공세였다.
악마화에 파묻힌 이 사건에서 자극적인 단어 사이로 하이브가 밀고 있던 문장은 간단했다. '민희진의 경영권 탈취 시도'였다. 쉽게 말해 "민희진이 이렇게 이상한 사람이니까 민희진이 어도어 경영권을 탈취하려고 했다는 우리의 주장을 믿어주세요"였다. 김앤장 호위까지 받으며 하이브는 그렇게 달렸다.
내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다름 아닌 아주 기본적인 호기심 때문이었다. "민희진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치자. 근데 민희진이 경영권을 탈취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긴 하고?" 간단한 숫자가 궁금해서 어도어 지분 구성을 찾아봤다. 어도어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희진이 18%, 기타 2%로 구성돼 있었다.
애초 민희진 할아버지가 와도 경영권 찬탈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이 세상에 18% 지분으로 80% 지분을 가진 모기업을 제치고 경영권을 찬탈할 수 있는 능력자가 있기나 한가. 그런 건 없다. 세계 최고 부자 빈 살만이 와도 안 된다. 그런데 내게 전화를 건 사람들 가운데 이걸 찾아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
12일 민희진과 하이브의 법정 싸움이 처음 결론 났다. 민희진의 완승이었다. '주식 매매 대금 청구 소송'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 같은 어려운 단어를 쉽게 풀어 보자면 "민희진이 어도어 경영권을 찬탈하려 했다는 하이브 주장은 말이 안 된다"로 요약된다. 재판부는 "하이브의 동의 없이 (민희진의 경영권 찬탈은) 실행될 수 없는 구조였다"고 했다. 난 이 문장을 판사가 에둘러 하이브와 김앤장에 "이 재판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조롱한 것으로 들렸다.
조롱할 만도 하다. BTS가 반석에 오른 뒤 '금융 엘리트'를 대거 영입한 하이브와 김앤장 똑똑이들이 경영권 찬탈 외에도 재판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설파해서다. 하이브 측은 재판 과정에서 "민희진이 어도어 경영권을 찬탈하려 했다"는 주장과 함께 "민희진이 뉴진스를 데리고 나가 전속 계약을 해지 시키려 한 것"이라는 '템퍼링'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이건 기초적인 수준의 논리 감각만 있어도 할 수 없는 주장이다. 민희진이 진짜 경영권을 찬탈하려 했다면 뉴진스를 데리고 나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찬탈하면 뉴진스가 민희진이 지배하는 어도어 소유가 되는데 대체 뉴진스를 왜 데리고 나간다는 말인가. 민희진이 뉴진스에게 템퍼링을 했는지 난 알 수 없다. 그런데 만약 민희진이 템퍼링을 했다면 민희진이 어도어 경영권을 찬탈하려고 했다는 하이브의 논리는 아예 말 자체가 되지 않는다. 어도어의 유일한 소속 가수가 뉴진스인데 그냥 데리고 나가면 되지 껍데기 회사 경영권을 가져서 뭐 하나.
기초 논리도 구성이 안 된 주장으로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 그들이 택한 건 민희진 악마화였다. 거기에 땔감으로 쓰인 건 감사 때 확보한 민희진의 개인 카카오톡 메시지였다. 메시지 안에 부적절한 내용이 있었다고 해도 그건 그냥 한 개인의 사생활일 뿐이다. 산업계에서 자주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돈을 벌어다 주면 원숭이라도 고용하는 게 기업이다." 민희진이 무당을 찾아갔든 무당과 경영을 상담했든 뉴진스 잘 키웠고 돈만 잘 벌어왔으니 문제될 건 전혀 없다.
누군가 내게 2024년 7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휴대전화 메시지 내역을 준다면 난 장담하건대 세계가 놀랄만한 희대의 러브 스토리를 작성할 자신이 있다. 인터넷 BJ가 세계 최고 K-팝 그룹의 '대부'와 LA를 활보했던 그때의 모든 정황이 메시지 내역에 고스란히 들어있을 테니까. 근데 입수한다 하더라도 쓰진 않았을 거다. 왜냐면 방 의장이 해야 할 일은 K-팝 그룹을 잘 키워 돈을 많이 벌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 의장이 과즙세연을 만나든 육즙세연을 만나든 그건 본질과 아무 상관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