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거래소 지주사 전환·코스닥 시장 분리 법인화 추진
노조, 근조화환·현수막 내걸고 강경 반발…"투기판의 제도화"
노사 대립 장기화 조짐…업계 "사회적 합의 선행 필요"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과 코스닥 시장 분리 법인화 방안을 두고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자사고 설립과 거래 시간 연장 마찰에 이어 지배구조 개편 이슈까지 겹치며 양측의 대립이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노조는 최근 서울 사옥 1층 로비에 대규모 근조화환을 설치했다. 화환에는 '종속 지주사·전환 관치금융 그만!', '지주사 전환으로 낙하산 자리 5개' 등의 문구가 적혔다.
이는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코스닥 시장 분리 법인화 방안에 '강경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로비 양쪽에는 벽면을 가득 채우는 초대형 근조 현수막도 걸렸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거래소 지부는 "코스닥 자회사 전환은 투자자 보호가 아닌 투기판의 제도화"라며 "적자가 뻔한 코스닥 (시장을) 자회사로 전환할 경우 결국 '묻지 마 상장'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주식회사인 한국거래소는 관치금융의 놀이터가 아니다"라며 "경쟁력도 효율도 없는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은 낙하산 사장 자리만 5개가 생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코스닥 시장을 분리해 운영하면 시장감시 기능이 약화하거나 관련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각 시장을 통합하는 글로벌 추세에도 역행하는 움직임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본부들의 자회사화 과정과 소재지 변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코스닥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독립 운영하는 방안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거래소 지주회사 제도 도입과 함께 ▲독립적 시장감시법인 신설 ▲청산 결제업무 위탁 근거 마련 ▲상장 퇴출 규정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거래소의 개혁을 직접 주문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X(옛 트위터)에 "증권거래소는 일종의 백화점(이다). 상품 가치가 없는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느냐"며 "상품 정리부터 확실히 하고 좋은 신상품을 신속 도입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소매치기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노사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마찰을 빚고 있는 상태다.
거래소가 2029년 초 개교를 목표로 부산에 추진 중인 금융 자사고에 대해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에도 자사고를 짓겠다는 경영진의 합리적 판단은 운명했다"며 "취약계층의 지원금을 빼앗아 귀족학교를 짓는 경영진의 사회적 양심은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올해 초에는 '거래 시간 연장안'을 두고 충돌하기도 했다.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는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거래소는 국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장 건전화, 공정시장 안착 방안을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금융투자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증권 유관기관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이번 거래 시간 연장 계획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거래소 노조는 프리·애프터마켓 개설을 포함한 거래 시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한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간 경쟁 체제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취지와 별개로 이해관계자 간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시장 혼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