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산책] 두통과 어지럼, 뇌 MRI를 고려해야 하는 레드 플래그 증상

입력 2026-02-11 06:30:00 수정 2026-02-11 09: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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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신경외과 고성범 원장
대구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신경외과 고성범 원장

현대인에게 두통과 어지럼증은 감기만큼이나 흔한 증상이다. 과도한 업무와 학업 스트레스,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잠깐 쉬면 괜찮아질 증상'으로 여기고 진통제 한 알로 버티곤 한다. 실제로 임상에서 만나는 상당수의 두통과 어지럼은 긴장성 두통, 피로 누적, 수면 부족과 같은 기능적 원인으로 생활습관 조절만으로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두통과 어지럼이 단순한 스트레스나 피로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진료실에서는 처음에는 가벼운 증상으로 여겼다가, 뒤늦게 뇌혈관 질환이나 중추신경계 질환이 발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우리는 뇌 영상 검사, 특히 뇌 MRI와 같은 정밀 검사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까.

임상적으로 가장 주의해야 할 첫 번째 경고 신호는 이른바 '벼락 두통(thunderclap headache)'이다. 예고 없이 갑자기 시작되어 수분 내 극심한 통증으로 치닫는 두통은 지주막하출혈과 같은 응급 뇌혈관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즉각적인 응급 평가가 필요하며, 상황에 따라 CT를 포함한 신속한 영상검사가 우선적으로 시행된다.

또한 두통이나 어지럼과 함께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동반된다면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한쪽 팔다리의 힘 빠짐,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 시야 장애 등은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 중추신경계 질환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어지럼이 단순히 귀 질환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이러한 동반 증상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연령 역시 중요한 기준이다. 50세 이후 처음 시작된 두통은 그 자체로 정밀 평가가 필요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뇌혈관 질환, 종양, 염증성 질환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기존에 있던 두통의 양상이 갑자기 달라지거나, 빈도와 강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이 외에도 기침이나 배변 시 두통이 심해지는 경우, 머리를 부딪힌 이후 두통과 어지럼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뇌압 상승이나 만성 경막하출혈과 같은 질환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라면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검사가 바로 뇌 MRI입니다. CT는 급성 출혈 여부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지만, 작은 뇌경색이나 초기 종양, 어지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뇌간·소뇌 병변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MRI는 연부조직 해상도가 뛰어나 이러한 미세 병변까지 보다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많은 환자들이 검사 비용이나 절차의 번거로움 때문에 뇌 MRI를 망설인다. 그러나 뇌 질환에서는 시간 자체가 예후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휴식과 조절로 호전되는 두통과 달리, 뇌가 보내는 '레드 플래그' 증상은 자연히 사라지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두통과 어지럼은 흔한 증상이지만, 그 속에 중대한 질환의 신호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경고 신호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불필요한 불안이 아니라 필요한 평가로서 전문의 진료와 적절한 영상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소중한 일상과 신경 기능을 지키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대구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신경외과 고성범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