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발표에 이어 국방전략서(NDS)를 발표하였다. 대개의 경우 힘이 약한 나라는 전략적 의도를 숨기지만 패권국이나 힘이 강한 나라는 굳이 숨기지 않고 의도를 노출시킨다. 이번에 발표된 미 국방전략서가 한국국방에 주는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2026 NDS의 전략적 성격과 구조 변화
2026년 미국 NDS는 형식적으로는 기존의 대 중국 견제 전략을 계승하고 있으나, 표현과 접근 방식에서는 상당히 신중한 톤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26년 4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 전략대화를 고려하여 중국의 주권을 직접 자극하는 강경 표현을 의도적으로 완화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문서 전반에 걸쳐 중국을 '장기적 경쟁자'로 규정하면서도 군사적 대결보다는 억제와 관리에 방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내용적 측면에서는 엘브리지 콜비의 『거부전략(Denial Strategy)』이 제시한 개념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 인도–태평양 전구에서 중국의 팽창을 거부하고, 동맹국들이 전방에서 1차적 억제 책임을 지도록 유도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이는 한반도 안보구조에도 중대한 함의를 가진다. 과거에는 북한이 주적(主敵)이고 중국은 외교적 변수였으나, 이제는 중국이 사실상의 전략적 중심 위협으로 이동하고 북한 문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분명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게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국방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한다.
◆정치적 차원의 과제: 동맹 구조 재설계
정치적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한미동맹 운영 방식의 재설계이다. NDS의 기조는 동맹국의 역할 확대와 책임 분담 강화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우산 아래의 수혜자'가 아니라 역내 억제전략의 핵심 행위자로 전환되어야 한다.
첫째, 방위비 분담 문제를 단순한 비용 논쟁이 아니라 동맹전략의 구조적 재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군 전력의 한반도 배치와 대만 유사시 후방기지 역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분담금 협상은 군수·기지·작전지원 체계 전반을 포괄하는 전략 협의로 격상되어야 한다.
둘째, 한미일 안보협력의 제도화가 요구된다. 특히 최근 일본에서 다카이치 사나에가 주도하는 자민당이 316석을 확보함으로써 헌법 개정과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일본이 향후 대만 유사시 주전선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을 높이며, 한국은 후방 병참기지로 기능할 개연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미일 3각 협력의 정치적 합의 틀을 보다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핵무장 논의와 확장억제 강화 문제를 보다 현실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중국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한국 자체의 억제수단 강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북핵 비핵화와 확장억제 보장이 불분명하게 행간 속에 잠겨버렸다.
◆전략적 차원의 과제: 억제구조 재정립
전략 차원에서의 핵심 과제는 한반도 중심 억제전략에서 인태전략 연계형 억제전략으로의 전환이다. 기존에는 북한 도발 억제가 한국 국방전략의 전부에 가까웠다. 그러나 NDS 이후에는 다음과 같은 이중구조가 요구된다.
따라서 한국은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대만유사 시 한국이 제공할 지원 범위, 주한미군 기지의 사용 문제, 해양전략 병참선(Line of Communications) 방어 개념 등이 국가 차원의 전략 문서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또한 전략사령부 기능의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 우주·사이버·정보전 역량을 통합하는 상위 사령부 체계를 강화하고, 미군 인태사령부와의 연동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
◆작전적 차원의 과제: 전구 개념의 확장
작전 차원에서는 한반도 단일전구 개념의 확장이 요구된다. 6·25 전쟁 당시에는 한반도가 전선이고 일본이 후방기지였다. 그러나 대만 유사 상황에서는 정반대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주전선, 한국이 후방기지가 되는 시나리오다. 이를 대비하여 다음이 필요하다.
연합작전계획의 재검토, 대만 유사 대비 지원작전 개념 수립, 미사일 방어(MD) 협력 체계 강화, 해상교통로 보호 작전 개념 확립, 특히 중국 북부함대의 남진 가능성에 대비하여 한국 해군력의 역할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해상교통로 보호, 연합 해상봉쇄 지원, 대잠전 역량 증강이 핵심이다.
◆군수적 차원의 과제: 전시 병참체계 혁신
가장 현실적이고 긴급한 과제는 군수 분야이다. 대만 유사시 한국이 후방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경우, 탄약·연료·수리부속·항만·공항 운용 능력이 전쟁 지속력의 핵심이 된다. 현재의 한국 군수체계는 한반도 내 단기전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장기 지역전 수행 능력이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개혁이 요구된다. 탄약 비축량 대폭 증대, 미군 장비 정비(MRO) 지원 능력 확충, 전략물자 비축 및 분산 배치, 항만·공항의 군수 허브화, 민관 통합 군수체계 구축, 방위산업 역시 내수 중심 구조에서 연합작전 지원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전술적 차원의 과제: 전력구조 개편
전술 차원에서는 미래전 수행 능력 강화를 위한 전력구조 개편이 요구된다. 장거리 타격 플랫폼 증강, 해군 대형수상함 및 핵추진 잠수함을 포함한 잠수함 전력 확대, 미사일 방어체계 고도화, ISR(정보·감시·정찰) 능력 강화, 사이버전 및 우주전 역량 증강, 초전 대비 대화력전 방안 마련 등 이는 단순한 무기 도입이 아니라, 중국을 상대로 한 거부전략의 하부 실행 수단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2026년 NDS는 한국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북한은 한국이 책임지고, 중국 억제는 동맹이 함께하라."
이는 한국 국방의 무게중심이 한반도 내부에서 인도–태평양 전체로 확장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정치적으로는 동맹구조 재설계, 전략적으로는 억제구조 재정립, 작전적으로는 전구 개념 확장, 군수적으로는 병참혁신, 전술적으로는 첨단전력 강화가 요구된다. 특히 일본의 보통국가화와 대만 유사 가능성 증대라는 새로운 변수는 한국을 더 이상 '후방의 수혜자'가 아니라 '역내 전략 거점국'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국가 차원의 종합 국방전략 재정비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2026 미 NDS가 대한민국에게 제기하는 가장 중대한 과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