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패한 소나무 재선충 정책,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입력 2026-02-01 09:52:52 수정 2026-02-01 09: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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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진 (사)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김중진 (사)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김중진 (사)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소나무 재선충병은 이미 법적으로 '산림재난'으로 규정된 국가적 위기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정책이 과연 재난 대응에 걸맞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수십 년간 방제를 반복해 왔지만 재선충병 피해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소나무가 모두 없어져야 재선충이 사라진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이는 단순한 현장 집행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 제도 자체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현재 재선충 방제의 근간은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특별법'이다. 이 특별법은 화학약제 중심의 방제 체계를 제도적으로 고착화해 왔다. 감염목 제거와 수간주입 방식의 화학방제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로 작동해 왔으며, 다른 접근은 제도권에서 배제돼 왔다. 그러나 재선충에 대한 화학방제는 예방 효과가 제한적이고, 약효 지속 기간 또한 짧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반복 사용에 따른 내성 문제와 고사목 증가는 숲의 생태적 회복력을 약화시키고, 대형 산불 위험까지 키우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한계는 해외 사례에서도 이미 확인됐다. 일본은 재선충병 대응을 위해 특별법과 약종 지정 제도를 운영해 왔지만, 장기적인 성과 부족과 비용 대비 효과 문제로 해당 체계를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다시 말해, 일본조차 화학약제 일변도의 정책이 재선충병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제도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일본이 효과 부족으로 포기한 정책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동일한 화학농약 원제를 수입해 사용하는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재선충의 천적 곰팡이균을 활용한 생물학적 방제가 민간과 일부 공공 영역에서 실제 적용되고 있다. 국립환경공단 화도섬과 남이섬 등 민간 현장에서는 친환경 천적 방제를 통해 재선충병 예방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이는 숲을 개별 나무가 아닌 생태계 단위로 관리하며, 병원체 밀도를 장기적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이러한 기술에 대해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제도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효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평가 기준의 문제다. 생물학적 방제는 화학약제처럼 단기간에 고사 여부로 판단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일정한 정착 기간과 숲 단위의 장기 관찰이 필수적임에도, 기존 화학방제 기준으로만 평가해 배제하는 것은 과학적 접근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별법은 본래 예외적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운용돼야 할 제도다. 그러나 현재의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특별법은 특정 방제 방식만을 고착화하고, 친환경 생물제와 천적 방제 등 다양한 기술의 진입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 이는 방제를 위한 법이 아니라, 실패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되묻게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약종 지정이 아니다. 방제 정책의 전면적인 재설계다. 화학방제와 생물학적 방제를 병행하고, 숲 단위의 예방 관리와 생태적 회복을 목표로 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특별법의 폐지를 포함한 근본적인 제도 개편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실패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관리가 아니라 방치다.숲은 약으로 통제할 대상이 아니라, 생태로 회복해야 할 공간이다. 재선충병 방제 정책 역시 이제는 그 출발선으로 되돌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