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기자의 한 페이지]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 "자연보호,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야"

입력 2026-02-04 12:37:49 수정 2026-02-04 14: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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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단체' 지위 얻기까지 국회 설득 등 숨은 노력
"자연은 '보호 대상' 넘어 '삶의 기반' 인식 가져야…"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가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가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대한민국 자연보호운동은 독특하다. 민간 단체의 활동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국가가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민에게 요청한 범국민운동에서 비롯됐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민간 봉사단체가 자연보호중앙연맹(설립 당시 명칭은 자연보호협의회)이다. 1977년 만들어졌으니 올해로 설립 50년차에 접어들었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약 100만명의 회원이 활동한다.

탄생 배경만큼이나 거처 간 단체 수장의 면면도 화려하다. 초대 위원장(총재)은 태완선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었다. 제2대 위원장은 서울대 대학원장을 지낸 이숭녕 박사였다. 이후 문교부(지금의 교육부) 차관을 지낸 이민재 전 서울대 교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식물분류학 개척자로 평가 받는 정영호 전 서울대 교수 등이 거쳐 갔다.

이 단체는 지난해 10월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법정단체 지위를 얻었다. 법정단체란 법에 근거해 설립 목적과 역할이 명시되는, 국가가 공익적 기능을 인정한 단체를 말한다. 그 위상과 역할이 제도적으로 명확해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임의단체나 등록단체와는 다른 지위로, 자연보호 활동이 '선의의 봉사'에만 머물지 않고 공공성과 책임성을 갖춘 공익 활동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2일 김용덕(61) 제20대 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를 만나 자연보호 활동과 법정단체 지정을 위한 노력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가 자연보호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도훈 기자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가 자연보호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김도훈 기자

-법정단체 지위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포기하고 싶진 않았나.

▶포기하고픈 순간은 수없이 많았다. 제21대 국회가 끝나며 법안이 자동 폐기됐을 때, 제22대 국회 초반 형평성 문제로 논의가 보류됐을 땐 마음이 특히 무거웠다. 그러나 포기는 곧 자연을 포기하는 일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멈출 수 없었다.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하며 끝까지 국회의 문을 두드렸다. 그 과정 자체가 자연을 지키는 책임이라고 믿었다.

-법 개정안은 누가 발의했고, 어떤 의미를 지니나.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김해갑)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안동·예천)이 각각 대표 발의한 법안을 바탕으로, 대안 형태의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땅을 더 아름답게 가꾸어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자'는 자연보호헌장의 약속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제도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저희 단체 입장에서 보자면, 예산의 투명성이나 정책 참여의 정당성이 요구되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자연보호운동이 제도권 안에서 책임 있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젠 단순한 시민단체의 범주를 넘어, 국가와 사회가 신뢰하는 공적 파트너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정책 과정에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정책 논의의 한 축으로 주체적이고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특히,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를 제도와 정책으로 연결하고, 수립된 정책이 다시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하는 가교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이는 법정단체로서 연맹이 앞으로 수행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변화이자 책임이다.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가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가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에서 국민대표단으로 선정돼 직접 쓴 임명장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자연보호중앙연맹 제공

-자연보호중앙연맹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많다.

▶구미 금오산은 대한민국 자연보호운동의 상징적 장소다. 1977년 9월 5일 박정희 대통령은 정부 관료들과 금오산도립공원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각종 쓰레기가 자연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을 본 박 대통령은 "우리, 청소부터 합시다"라며 직접 깨진 병조각과 휴지를 주웠다고 한다.

그날의 의미는 선언이 아니라 행동이었다는 데 있다. 이를 계기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전국적인 자연보호 조직이 만들어졌고, 그해 10월 28일 220여 시·군·구 협의회가 참여한 창립총회를 통해 자연보호중앙연맹이 출범하게 됐다. 이어 12월 5일엔 내무부 산하 사단법인 제1호로 등록되며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 이듬해엔 정부 주도로 자연보호헌장이 제정되고, 1979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가입하며 활동이 본격화됐다.

출범 초기 자연보호 활동은 산업화로 인한 환경 훼손이 본격화되던 시기에,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산림 훼손, 하천 오염 등 눈에 보이는 문제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국가 주도의 계몽과 규제가 중심이었다.

반면, 오늘날 자연보호 활동은 훨씬 복합적인 과제가 됐다. 훼손을 막는 차원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이나 생물다양성 보전, 지역 공동체와의 공존, 지속 가능한 발전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자연이 보호의 대상이란 것에서 인간 삶의 기반이라는 인식으로 확장된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주체의 변화다. 과거엔 국가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시민과 지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하는 자연보호로 발전했다. 연맹은 이런 변화 속에서 현장성과 시민 참여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국 각지의 회원이 참여하는 생태 조사·연구 사업과 자연보호 세미나, 그린시드 캠프(미래세대 자연보호 교육) 등 교육·체험, 조사·연구, 정책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자연보호중앙연맹 활동은 언제 시작했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건축학과 출신으로 지금껏 대구에서 건설업에 몸담아왔다. 그러다보니 자연이 훼손되는 현장을 자주 접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녹색 조끼를 입고 묵묵히 자연을 이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실천이 제 마음을 움직였고, 그렇게 자연보호중앙연맹과 함께하게 됐다. 1990년대 후반, 30대 때의 일이다.

이후 2002년과 2003년엔 대구광역시협의회장을 맡아 지역 활동을 이끌었고, 2016년부터 8년 동안은 중앙연맹 사무총장과 부총재로 활동했다. 2024년부터는 총재로 연맹의 비전과 방향을 책임지고 있다.

젊은 시절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시절의 한 장면이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콘크리트 아래로 묻혀버린 물길과, 잘려 나간 숲의 가장자리 앞에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던 기억이다. 그 순간 다짐했다. 어떤 자리에서도 자연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그 다짐이 지금까지 자연보호운동을 이어오게 한 원동력이 됐다.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가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김용덕 자연보호중앙연맹 총재가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2021년 계간 '시와늪'을 통해 문단에 들어섰고 2023년엔 '산림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지난해엔 시집과 수필집을 냈다. 대구문인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공계 출신이지만 30대 때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유년시절 경북 포항 비학산 자락에서 자란 점도 문학적 감수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는 틈틈이 몇몇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문학 수업을 들었고, 자연보호 운동을 하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이 던지는 수많은 물음과 은유를 마주하게 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그동안 묵혀뒀던 글을 가려 뽑아 두 권의 책을 내게 됐다.

저에게 문학은 또 다른 언어다. 수필집 '소리 없는 풀잎의 말'은 들리지 않는 생명의 목소리를 기록하려는 시도였다. 시집 '바다에서 멈춰버린 우리'는 인간의 욕망 앞에서 멈춰선 자연을 바라보는 고백 같은 것이다. '자연은 배경이 아니라 함께 숨 쉬는 존재'라는 믿음이 글이 됐다. 그 믿음이 우리 사회로 흘러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연보호 활동과 관련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게 저의 인생철학이다. 자연보호 역시 빠르게 가는 것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께서는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원금은 건드리지 말고 이자만 갖고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처럼 자연을 지키는 일은 오늘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이자 밑거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침묵해선 안 된다.

자연보호는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멈추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지속돼야 한다. 100만 자연보호중앙연맹 회원과 국민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무엇보다 소중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