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동욱] 말로는 국가사업, 예산은 제로…TK신공항을 멈춰 세운 것은 정부다

입력 2026-01-26 13:51:36 수정 2026-01-26 14: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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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대구시의원.
이동욱 대구시의원.

도시는 길을 따라 성장하고, 길을 잃으면 쇠퇴한다. 고대의 도시는 바다와 강을 끼고 번성했고, 산업화 시대의 도시는 철도와 도로를 중심으로 확장됐다. 오늘날 도시의 운명을 가르는 길은 하늘로 향해 있다. 공항은 더 이상 이동 수단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과 자본, 기술과 기회를 실어 나르는 도시 생존의 조건이다.

대구·경북에 TK신공항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TK신공항은 단순한 지역 SOC 사업이 아니라, 수도권 일극 구조 속에서 대구·경북이 다시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다. 그래서 이 사업은 오랜 시간 '숙원'이었고, 동시에 국가 균형발전의 시험대였다.

정치권과 정부는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TK신공항 건설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25년 10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는 재정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말까지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지역민들은 이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올해 정부 예산안은 그 약속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TK신공항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말로는 국가사업이었지만, 숫자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공언과 정부의 행동 사이에 놓인 이 간극은 단순한 행정상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명백히 정치의 책임이며, 정책 신뢰의 붕괴다.

도시의 미래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예산과 일정, 실행으로 증명된다. 특히 AI 시대로 접어든 지금, 연결성과 속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세계와 직접 연결되지 못한 도시는 산업 경쟁에서 밀리고, 인재 유치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TK신공항은 대구·경북이 쇠퇴의 경로에서 벗어나 다시 도약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다.

필자는 대구경북공항건설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TK신공항이 대구·경북 발전의 핵심 인프라임을 줄곧 강조해 왔다. 이 사안에 대한 중앙정부의 책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대구시 역시 정부의 미온적 태도 앞에서 보다 단호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사업이라면 국가는 그에 걸맞은 책임과 결단을 보여야 하며, 지방정부 또한 이에 상응하는 정치력과 실행력을 입증했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와 AI 시대라는 새로운 기회가 동시에 교차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 결정적 시기를 놓친다면 대구·경북은 회복이 쉽지 않은 쇠퇴의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선언과 구호로 시간을 소모할 여유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감한 재정 투입과 속도감 있는 실행, 그리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낼 정치적 결단이다.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는 대구와 경북의 지방 행정을 이끌 인물을 결정하는 자리다. 이번 선거는 TK신공항을 또 하나의 선언적 공약으로 소모할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책임지고 완수할 정치적 결단력을 갖춘 리더를 선택할 것인지가 갈리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분명히 요구한다. TK신공항 건설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책임은 더 이상 유예될 수 없다. 분명한 재원 조달과 실천 의지,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대구시의 단호한 정치적 대응이 지금 이 순간 요구된다. 이는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균형발전의 원칙과 미래 세대 앞에 우리가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약속은 이미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가 말의 무게를 행동으로 증명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