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자궁경부암 아내, 자폐 중증 딸…가장에게 닥친 가장 힘든 경기

입력 2026-01-2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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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속에서도 놓지않았던 야구, 끝내 부상 앞에 좌절
첫째는 경계성 지능·ADHD, 둘째는 중증 자폐 진단
아내에게 들이닥친 자궁경부암… 항암 내성으로 약물 변경
빚 5천만원에 신용불량자… 그래도 병든 아내·아이들 위해 버텨야

지난 20일 칠곡경북대학교병원 병실에서 자궁경부암 치료를 받고 있는 유미화(가명·44) 씨를 간병 중인 남편 박성호(가명·44) 씨와 아들이 미화 씨를 안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20일 칠곡경북대학교병원 병실에서 자궁경부암 치료를 받고 있는 유미화(가명·44) 씨를 간병 중인 남편 박성호(가명·44) 씨와 아들이 미화 씨를 안고 있다. 윤정훈 기자

어릴 적 박성호(가명·44) 씨의 발은 늘 빨랐다. 경북 의성의 흙길을 달리던 소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버지의 반대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모 집에 얹혀 살며 서울로 전학한 뒤, 야구 명문 중학교에서 내야수로 뛰었다. 언젠가는 프로 무대를 밟을 수 있지 않을까, 꿈도 품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훈련 도중 느닷없이 찾아온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멈춰 섰다. 재활에는 돈이 필요했지만 집엔 여유가 없었다.

꿈은 그렇게 끝나버렸지만 삶은 계속됐다.

◆꿈 대신, 생계로 내몰려

의성으로 돌아온 성호 씨는 다시 공부를 해보려했다. 하지만 기초가 없던 그에겐 책 한 장 넘기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공부 대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졸업 전까지 직업전문학교에서 자동화 기계 기술을 배웠다. 그 이후로 삶은 늘 기름 냄새와 함께였다.

2012년, 구미의 한 자동화정비업체에서 근무하게 됐다. 자재과 관리직이던 그는 경리로 일하던 유미정(가명·44) 씨를 만났다. 구내식당에서 처음 본 순간 마음이 갔다.

자재를 구입할 때마다 경리팀을 거쳐야 했다. 그 과정에서 성호 씨는 미정 씨와 자연스레 업무로 얽히게 됐다. 그렇게 오가던 사이, 그는 미정 씨가 조용조용하고 착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소개를 부탁해 겨우 자리를 만들었지만, 수줍음이 많았던 둘은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헤어졌다. 그게 시작이었다.

연애 6개월 만에 아이가 생겼고, 2014년 여름 결혼했다. 가진 건 많지 않았다. 신혼집은 원룸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함께라면 버틸 수 있었다. 미정 씨는 임신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뒀다. 가장이 된 성호 씨는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일했다. 제대로 된 집을 마련하기에는 현재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프리랜서로 전향해 해외 출장을 마다하지 않으며 악착같이 일에 매달렸다.

아이 셋이 태어났다. 하지만 성호 씨가 꿈꿨던 '보통의 가정'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첫째 딸은 또래보다 말이 느렸고, 학교에 들어간 뒤엔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검사 끝에 경계성 지능과 ADHD 진단을 받았다. 둘째 딸은 더 심각했다. 중증 자폐 판정이었다. 감각에 예민해 작은 소리에도 귀를 막고 울었고, 특수학급과 치료센터를 오가는 생활이 이어졌다.

◆아내의 암, 시련의 연속

더 큰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2021년 겨울, 해외 출장 중이던 성호 씨에게 아내의 전화가 왔다. 부정출혈이 있다는 말이었다. "괜찮겠지"라는 아내의 말에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2022년 3~4월부터 미정 씨는 부정출혈이 잦아졌고, 하반신과 생식기 부위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봄 건강검진을 받은 뒤 이상 소견이 확인됐고, 구미의 한 병원에서 조직 검사를 받은 후 칠곡경대병원으로 의뢰됐다.

그러나 당시 환자가 몰리며 진료 대기 기간이 길어졌고, 의사 파업 시기까지 겹치면서 본격적인 치료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됐다. 그동안 미정 씨는 구미와 칠곡을 오가며 병원을 전전했다.

이후 방사선 치료를 3개월간 외래로 받았고, 항암치료도 약 6개월간 병행했다. 하지만 암은 난소와 직장까지 전이됐고, 2023년 3월 수술대에 올랐다. 전이 정도가 심해 병기는 3기로 판정됐다. 수술 이후에도 항암치료 외에는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미정 씨는 총 48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약물 내성이 생기며 치료 효과가 떨어졌다. 최근에는 항암제를 변경했으나, 새로 투여 중인 항암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다. 이 치료는 3주에 한 번 반드시 받아야 하며, 1회당 비용만 450만원에 달한다.

성호 씨는 일을 멈췄다. 아내 곁을 지켜야 했고,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성호 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다섯 식구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짜리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뼈 빠지게 일해 모아둔 돈 1억원은 모두 치료비로 사라졌다. 빚은 5천만원. 그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럼에도 병든 아내와 세 아이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성호 씨뿐이다.

운동화를 벗은 자리에서, 박성호 씨는 가장 힘든 경기를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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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홀로 삼남매 키우는 이지은 씨에 2,727만원 전달

경계성 지능 장애와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큰딸 등 홀로 삼남매를 키우며 쉴 틈 없이 일하는 이지은 씨(매일신문 1월 13일 12면 보도)에게 2천727만3천72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대구클럽소롭티 100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하혜련 5만원 ▷강종수 3만원 ▷박소영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여환주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배상영 1만원 ▷이원형 1만원 ▷이장윤 4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홑이불로 겨울 나는 김순희 씨에 2,367만원 성금

지체장애 3급인 본인에 이어 같은 장애를 앓는 딸과 함께 홑이불로 겨울을 버티는 김순희 씨(매일신문 1월 20일 11면 보도)에게 41개 단체, 158명의 독자가 2천367만5천269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양홍석) 45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국민법무사(김태원)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창산업(강석원)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3만원 ▷정수엔텍(정용석)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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