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김노주] 이름값을 하는 새해

입력 2026-01-2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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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논어의 정명론(正名論)은 이름(名)과 실질(實質)이 일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사상으로, 사회적 지위에 맞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함을 강조한다. 논어 안연편에서 군주는 군주답고(君君), 신하는 신하다우며(臣臣), 아버지는 아버지답고(父父), 자식은 자식다워야(子子) 한다는 것은 각자가 자신의 지위에 부여된 본분을 다해야 사회가 바로 선다는 뜻이다.

그 시절엔 충(忠)과 효(孝)가 기본 이념이다 보니 군주와 신하, 아버지와 자식을 예로 들었지만, 모든 사람이 지닌 사회 내의 지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극단적 예로 당사자가 실업자이고 무연고자일지라도 1인 가구의 가장이 되므로 누구나 나름의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각자는 주어진 직무를 유기하거나 주어진 권력을 남용하면 안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정치는 곧 권력이고, 권력은 타락하여 갑질, 부정(不正), 사익(私益) 추구와 동의어가 되어가니 국민은 넋을 잃을 지경이다. 새해 첫 달 내내 언론은 부정에 관한 보도로 가득했고 대부분 정치인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부정한 정치를 징치(懲治)해야 할 사정기관들이 직무를 소홀히 하거나 묵인하니 정치인의 갑질, 부정, 사익 추구는 과거와 다름이 없다. 세태가 이러하니 자기 자리에서 꽤 성공한 사람들조차 공연히 정치인이 되고자 줄을 선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교육의 근본으로 돌아가 국민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민주시민이 되고 또 학교에서도 그런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다. 교육기본법은 '인격이 도야(陶冶)된 자주적 생활 능력을 갖춘 민주시민의 양성'을 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이념에 걸맞은 민주시민이 다수가 되어 지역과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보다 객관적으로 정치인의 행위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을 버리고 자신, 가족, 동료 정치인의 사익만을 챙기는 나쁜 정치인은 도태될 것이고 나머지 사회악도 점차 줄어들 것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지위의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하자. 여기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다. 일용직부터 대통령까지 자신의 직분을 바르게 이행한다면 대한민국호(號)가 더 신명 나게 순항할 수 있을 것이다. 지위의 이름값을 제대로 못 하는 까닭은 아래 네 가지 중 어느 것에든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과 가족 및 동료를 위해 범법(犯法)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첫째, 권력에 중독되지 말자. 더 높은 지위로 나아가려는 욕구가 잘못된 건 아니다. 권력 의지를 자신의 노력과 공정한 경쟁으로 충족시키는 것은 아름답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문제다. 공천을 사고파는 공천 부정부터 부모까지 나선 자녀들의 입시 부정, 부모 찬스를 이용하거나 뇌물을 쓴 취업 부정까지 모든 부정이 억지로 오르려는 권력 중독에서 비롯된다.

둘째, 재물에 중독되지 말자. 정직한 부(富)를 이루는 것은 권장 사항이지만 대가를 바라며 제공하는 돈, 명품, 보석은 화(禍)의 근원이다.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아파트 청약, 부동산 투기도 잘못된 욕심이다. 필요 이상의 재물과 집은 행복은커녕 근심만 늘린다. 죽을 때는 누구나 빈손으로 떠나지 않는가?

셋째, 나쁜 습관에 중독되지 말자. 술, 담배, 마약을 포함한 약물에 중독되면 건강에도 해로울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게다가 마약을 하는 행위는 범법 행위다. 더구나 이러한 나쁜 습관에 드는 비용이 늘면 자신을 부정에 노출할 위험이 커진다. 사정이 이러하니 나쁜 습관을 없애 지출을 줄이고 운동, 독서, 사회봉사 같은 좋은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

끝으로, 자신과 가정에 중독되지 말자. 자신을 아끼고 가정적인 것은 좋은 미덕이다. 그러나 자기 사랑, 가족 사랑이 지나쳐 불법까지 저지르는 행위는 미덕이 아닌 범죄다. 나와 가정에 이로운 것이 사회에도 유익한가를 되물으며 사회에 나쁜 것은 비록 나와 가정에 이롭더라도 피할 줄 아는 시민의식을 갖춰야 한다.

위 네 가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부정의 근원이고 자신을 옭매는 덫이다. 과한 욕심을 줄이는 대신 마음의 자유와 평안을 얻자. 우리 모두가 논어 위정편에 나오듯이 사무사(思無邪), 즉 사특(邪慝)한 생각 자체를 경계하자. 분별력 있는 민주시민으로 거듭나 사회악의 감시자가 되고 이름값을 하는 새해가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