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탄원서 전달 당시 당대표…김현지는 보좌관
윤리감찰단 넘어갔지만…김 의원이 문건 가져가
이수진 "당시 수석최고위원이던 정청래도 묵살"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구의원들에게 공천을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의혹이 당대표실에 보고된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당대표는 이재명 현 대통령이다.
5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수진 전 의원은 "(보좌관이)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통화했고, 김 실장이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됐다'고 말한 내용이 녹음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전 의원은 "정청래 당시 수석최고위원한테도 김 의원의 사건이 왜 처리되지 않느냐고 문의했었지만 묻혔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김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을 인지하고도 이를 뭉갰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해당 의혹은 지난 2023년 12월 15일 처음 제기된 바 있다. 전직 동작구의원 등은 당시 동작을 지역구 의원이던 이 전 의원 사무실로 찾아와, 바로 옆 지역구(동작갑)인 김 의원에 대한 탄원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표님께'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탄원서에는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김 의원 측이 구의원들에게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 동작구의원 2명은 김 의원 배우자 이모 씨에게 각각 2천만원과 1천만원을 전달했다가, 3~5개월 뒤 되돌려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동작구의회 조모 부의장의 업무 추진비 카드를 받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탄원서에 담겼다. 이들은 "언론에 불거질 경우 김 의원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내년 총선에서 당 전체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사료돼 대표님께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전 의원은 이튿날 보좌관 A씨를 통해 탄원서를 당대표실에 직접 찾아가 제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흘이 지나도 별다른 회신이 없자, 19일 A씨는 당 대표실에 전화를 걸어 김현지 실장(당시 당대표 보좌관)에게 진행 상황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A씨는 "내용을 살펴보고 있느냐"고 물었고, 김 실장은 "당대표에게 보고가 됐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윤리감찰단으로 넘기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이후 김 의원 사건은 실제로 윤리감찰단으로 넘어갔다.
이후 A씨는 이듬해 2월 21일 윤리감찰단에 사건 진행 상황을 다시 물었다. 그런데 윤리감찰단 관계자는 "잘 모르는 내용이다. 김 의원 측이 접수된 탄원서 문건을 달라고 해, 넘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다.
당시 김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검증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감찰 대상이 자신에 대한 고발 내용을 가져간 형국이다. A씨는 김 실장 및 윤리감찰단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을 그대로 녹음해 보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의원은 "김 의원이 탄원서를 가져간 뒤로 사건은 유야무야됐다"며 "이 일이 있고 여론조사에서 내 이름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공천에서 컷오프됐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그해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고, 끝내 민주당에서 탈당했다.
아울러 이 전 의원은 당시 수석최고위원이던 정청래 현 당대표 역시 관련 사실을 알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정 대표에게 '김 의원 의혹을 처리해야 하는데 왜 알아보시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며 "정 대표도 알고 있었으면서, 그때는 뭐 하다가 지금 와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는 최근 정 대표가 '공천 헌금 의혹'에 대해 사과하며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고 한 행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정 대표 측은 "이 전 의원 측의 주장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