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확보 쉽지 않네"… '인턴 군인' 제도 도입하는 英

입력 2025-12-29 1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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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F 갭 이어' 성공 사례에서 설계
사회와 군의 연결을 다시 강화하려는 시도
의무복무제 '눈속임' 폄하했던 노동당
병력 확보 쉽지 않자 제도 실시에 동조
발트 3국 등 소국, 징병제 전환 적극적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전경. AP 연합뉴스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전경. AP 연합뉴스

영국이 이른바 '인턴 군인' 제도를 실시한다. 1년 동안 유급으로 군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험하고 선택하라는 것이다. 병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은 데서 나온 고육책으로 보인다. 영국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러시아 같은 군사 강대국을 이웃으로 둔 나라들은 실체적인 위협 속에 징병제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겪어보고 선택해도 된다

영국 국방부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25세 미만 청년을 대상으로 내년 3월부터 '군 기초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바로 진학하지 않고 진로 탐색이나 자기 계발을 위한 '갭 이어'를 가지기로 한 청년들이 대상이다. 국방부는 10년 이상 운영돼 온 호주의 'ADF(호주국방군) 갭 이어(gap year)'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설계된 제도라고 소개했다.

첫 모집은 약 150명을 대상으로 한다. 대상자들은 육·해·공군 전반에 걸쳐 배치된다. 영국 정부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 향후 1천 명 이상으로 늘리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1960년 의무복무제를 폐지한 이후 모병제로 병력을 충원해왔으나 최근 10년 넘게 인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정규군 규모는 13만7천여 명이다.

이른바 '인턴 군인' 제도 실시는 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련이 있다. 지난 16일 리처드 나이튼 합참의장은 러시아와의 잠재적 충돌을 억제하기 위해 "정규군, 사관생도단, 예비군 증원을 포함한 사회 전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존 힐리 국방장관도 "사회와 군의 연결을 다시 강화하고, 국가 방위를 사회 전체가 함께 대비하자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원활한 모병을 위한 노력은 지난 보수당 정부 때도 있었다. 리시 수낵 당시 총리는 12개월 의무복무제 부활안을 제시한 바 있다. 경찰, 소방, 의료기관 봉사활동 등도 선택지에 있었다. '눈속임'이라며 관련 안을 일축했던 노동당도 집권 1년 만에 현실을 각성하고 '인턴 군인' 제도 실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키이우 시내 주요 건물들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가 무너진 정부청사 내부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 우크라이나 총리실 제공. AP 연합뉴스
러시아의 공습으로 키이우 시내 주요 건물들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총리가 무너진 정부청사 내부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 우크라이나 총리실 제공. AP 연합뉴스

◆러시아가 두려운 주변국

러시아 같은 군사 강대국을 직접적 위협으로 판단한 국가들의 병력 확보 시도는 눈물겹다. 우선 핀란드는 내년부터 예비군 소집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높인다고 밝혔다. 전체 인구가 560만 명인 나라인데 2031년이면 예비군만 100만 명에 이른다. 전시 병력 28만 명을 합하면 국민 5명 중 1명이 병력으로 잡히는 셈이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의 긴장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면교사 삼은 데서 커졌다.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등에 거주하는 러시아어 사용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침공을 정당화했다. 발트 3국 역시 반 러시아 정서가 강함에도 러시아어 사용자 비중이 높다.

설상가상 크림반도를 내줘야 했던 우크라이나처럼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의 월경지인 칼리닌그라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군이 핵 공격 모의 훈련 등 다양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어 러시아가 '회랑'의 필요성을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2004년 나토에 가입해 집단방위체제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리투아니아가 2015년 징병제를 부활시킨 것을 신호탄으로 라트비아도 17년 만인 지난해 징병제를 되살렸다. 인구 135만 명에 불과한 에스토니아는 1991년 소련 붕괴 직전부터 지금까지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남부에 국경을 맞댄 조지아도 2017년 모병제 전환 7개월 만에 징병제로 바꿨다. 모두 러시아의 침공을 막으려 악전고투하는 움직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