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1천억달러 증가, 세계 6번째 수출 강국
반도체가 성장 견인했지만 의존도 확대에 구조적 우려
내년 반도체 업황 꺾이면 수출·성장 지표 흔들릴 가능성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7천억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여섯 번째 '7천억달러 수출국'에 올랐다. 미국의 관세 인상과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속에서도 수출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성과가 반도체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라는 점에서 구조적 과제도 함께 떠올랐다.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은 29일 "오후 1시 3분 기준 잠정 집계 결과 올해 누계 수출액이 7천억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2018년 수출이 6천억달러를 달성한지 7년 만에 1천억달러를 더 늘리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연간 수출 7천억달러를 넘긴 국가는 미국(2000년), 독일(2003년), 중국(2005년), 일본(2007년), 네덜란드(2018년)에 이어 한국이 여섯 번째다. 한국은 6천억달러 달성 당시에는 일곱 번째였으나, 7천억달러 단계에서는 한 계단 앞당겨 진입하며 주요 수출국 대비 성장 속도를 입증했다.
정부는 보호무역 기조와 미국 관세 압박 등 악조건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흑자를 유지하며 경제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의미 있는 성과로 봤다.
올해 수출은 상반기까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주춤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시장 신뢰 회복과 대미 관세 협상 타결로 흐름이 반전됐다. 6월부터는 6개월 연속 해당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수출 증가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1~11월 반도체 수출은 1천526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9.8% 늘며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고부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자동차와 선박, 바이오 등 주력 제조업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수출 확대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수출 구조를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수출 증가세가 반도체와 일부 주력 품목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 비중은 28.3%로, 2000년대 초반 1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2~3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반면 석유화학과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 비용 부담 등으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내년 수출과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실적을 견인한 반도체 업황이 꺾일 경우 수출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성장률과 무역수지 등 주요 경제 지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호황을 '양날의 칼'로 규정하며 "경기 하강 국면 전환 시 충격이 과거보다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년 수출 전망을 두고도 기관별 시각은 엇갈린다. 반도체 중심의 호조가 이어질 경우 수출이 경기 하방을 방어할 것이란 낙관론이 있는 반면 글로벌 교역 둔화와 기저효과, 미국 통상 정책 변수 등을 고려하면 수출이 다시 둔화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산업부는 내년 반도체 수출 전망에 대해 "AI 서버·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되고 있고, 공급 측면에서도 제한이 있어 수출 환경은 우호적일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비(非)반도체 산업 전반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